박준수
스무 살을 갓 넘은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 《한국의 100대 부자》라는 책이 유행했다. 그 책은 한국의 100대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 적혀 있었는데, 그 방법들은 놀라웠지만 허무하게도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 “이 방법은 현행법상 불법입니다”와 같은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돈을 벌었다는 방법들은 알박기, 주가 조작, 일감 몰아주기 같은 방식들이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범죄도시의 대사처럼 “법은 범죄를 앞서갈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이 돈을 벌 때는 범죄라기보다는 봉이 김선달처럼 기발한 발상이었으리라.
미술판은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 비해 청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따금씩 위작 논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상류사회》 같은 영화에서 재벌가의 돈 세탁이 과장되게 묘사되어 마치 미술판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순실이 돈이 되지 않아 손을 대지 않았다고 농담을 했을 정도로 한국 미술판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호사다마라고, 단군 이래 한국 미술 시장 최대 호황이었지만, 그 이면에서 폰지 사기나 먹튀, 야반도주 같은 사건들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미술판에 일어났던 범죄 사례들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