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네모난 마루에 걸려 있는 네모난 액자와, 네모난 명함의 이름들-”
애창곡 ‘네모의 꿈(작사/작곡 유영석, 1996)’을 부를 때면 네모 가득한 주변이 새삼스럽다. 네모만 서른일곱 번 나오는 노랫말, 자막이 흐르는 TV 화면 크기, 배경 이미지의 가로세로 해상도, 사각 테이블에 나뒹구는 노래방 책의 판형, 구석의 네모진 스피커와 곁에 걸린 싸구려 캔버스의 호수, 덜렁이는 네모 문짝 치수까지. 그저 사각형이 아니라, 크고 작게 풍경을 나눠 가진 지분율이 아이언맨 시야의 인포그래픽처럼 펼쳐진다. 다시 화면에 눈을 돌려 노랫말을 곱씹는다. 전시장(네모난 마루) 한가득 걸린 작품(네모난 액자)과 명성(네모난 명함)은 모든 작가가 바라는 바이다. 그렇게 네모의 꿈을 꾸는, 졸업을 앞둔 예비 작가들을 만났다.
마무리를 앞둔 네모진 그림들이, 풀자마자, 결코 서로 겹치지 않겠다는 듯 제각기 다름을 뽐낸다. 으르렁대며 영역을 과시하는 녀석, 네모 틀을 담장 삼아 웅크린 녀석, 좁은 화폭에 갇혀 어딘가 생기 없는 녀석을 뒤섞어 훑으며 한편으론, 지난주 다녀온 동물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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