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연
어떤 움직임은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되고, 움직임을 지탱하는 기운은 땅에서 시작된다. 재미작가 이하윤(Hayoon Jay Lee)은 ‘쌀’을 소재로 퍼포먼스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쌀은 그에게 작품을 완성하는 ‘재료’ 이상의 의미, 아니 의미가 아닌 전부였다. 시대만이 공유하는 도구와 문화, 경제적 재료들은 시대를 거쳐 ‘상징’의 동기가 된다. 어떤 시간에도 사람은 살고 있고, 무언가를 만들어 냈으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점과 해결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 마치 10년 전에 쓴 작업 노트에 있었던 문장이 지금도 변하지 않고 정확히 내 전부인 문장인 것처럼 말이다.
자각,
작가는 비를 맞으며 마음껏 춤을 추었던 사춘기 때를 기억한다고 한다. 비로 뒤덮인 세상, 물기를 머금은 바람 냄새를 맡으며 뛰어놀던 그 순간. 모든 장면이 생생한 자연의 조각이 되었을 것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그 순간, 꿈인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눈을 감고 그 기분을 느낀다. 지금까지도. (정말 좋지, 정말 행복했지)
작가는 2006년부터 ‘쌀’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그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삶이 송두리째 빼앗긴 상상 초월의 경험을 한 그분들에 대한 일종의 헌정의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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