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
세계의 많은 선각자들에 의하여 우리는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상을 인지하거나 이해하기 위해서 모르는 것을 애써 감추며 추상적인 개념어를 통해 안다고 포장하였고 세계를 이해하고 있다는 착오를 범하고 있다.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된 지도 모르는 ‘현대사회’라는 시대에 떨어진 우리는 이러한 추상적 개념어들에 익숙해져, 모른다는 것을 자각하기 힘든 세계를 살아가고 있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렇게 모호한 현대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복잡함, 바쁨, 다양성 따위의 부유하는 개념어들로 해석을 시도하지만, 추상적 개념을 풀어내기 위해 추상적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에 이를 명징하게 구체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선 선각자들이 그러했듯,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인류가 지속적으로 고찰해온 주제인 ‘나는 누구인가?’는 앞서 서술한 내용의 출발점이자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존재론적 질문에 대하여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도출하려 하지만, 늘 그렇듯 모른다는 것만 알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규빈 작가는 모른다는 것, 규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모르는 것은 모르는 상태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은 규정하지 않은 상태를 디폴트 값으로 지정하고, 모르는 것과 규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예술의 언어를 빌려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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