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어릴 때 즐겨 보던 ‘전대물[1]’은 레퍼토리가 또렷했다. 패한 악당은 분에 떨며 몸집을 키워 거대 괴수로 변신, 절치부심 다시 덤빈다. 웬만한 건물은 허리춤 어깨춤일 만치 우람한 체구에 그냥 맞서다간 주인공들의 합동 장례로 종영할 판. 준비성 하난 알아주는 김박사가 진작 개발한 거대 로봇에 탑승해 지구를 지켰고, 덕분에 필자도 이 글을 남길 수 있다.
거대 괴수, 말하자면 그건 악당의 ‘맥시어처(Maxiature)[2]’이다. 불을 쏘던 악당은 불기둥을 뿜으며 온 동네를 굽고, 날개 달린 악당은 더 큰 날개를 퍼덕이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도 고집스레 정체성을 간직했다. 결국 크기만 달랐다. 개과천선 상냥한 괴수로 거듭날 리도 없고, 괜한 재등장에 두 번 왕복으로 얻어터질 뿐 역할은 한결같았다. 그렇게 러닝타임을 배로 불리며 뿌듯이 산화한 괴수들이야말로 콘텐츠의 숨은 주역이었다.
‘애초 큰 몸집으로 싸우지, 왜 사서 고생?’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의문이었다. 로봇에 타기 전에 때려잡지 않고? 라디오가 잘 안 들려 설거지에 지장이 막대한 듯, 줄기찬 물음을 싹둑 자르며 대충 뭉개는 엄마. “원래 컸는데, 줄여서 왔어. 그냥 오면 들키잖아?” 돌이켜 보면 일리가 있다. ‘사람 크기로 줄인’ 괴수 옷을 입고 열연할 스턴트맨을 위한 미니어처(Miniature)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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