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계의 공동체를 위해
젤라씨
최근 상대에 대한 여러 혐오 발언과 사태들을 보며 경계와 국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국경이 없는 세계의 구조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경계란 우리 삶의 규칙이자 사회 구조의 기본이다. 또한 경계란 우리에게 소속을 부여해 어딘가에 소속되어있다는 일정한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자리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경고를 하기도 한다.
경계란 국경과 같은 유형 경계만이 아닌 무형의 경계도 존재한다. 도나 해러웨이는 『해러웨이 선언문』에서 이 인지적 이념적 무형 경계를 젠더, 인종, 사회계급세 가지로 분류했다. 이 경계들은 우리가 공동으로 사회의 구조를 상상하고 재정립하면서 성립된 것으로 국경 외 사회를 분절시키는 또 다른 정치적 힘으로 작용한다.
유형과 무형의 경계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겹치는 개념도 있다. 두 개념 모두 상대를 추방하고 분리시키고, 배제하며 분류하고 고립시킨다. 우리는 이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경계에서 벌어지는 예술은 미학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만나는 접점으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멕시코 국경의 정치적 상황이 악화될 때 여러 예술가들과 큐레이터들이 국경 지역에 작품을 설치하고 전시 행사를 열었다. 한국의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로 국경 지역 예술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형 경계와 같이 우리는 무형 경계의 전방에서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예술적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큐레이터의 어원은 “cura“라는 라틴어로 ”돌보는 것(to take care of)”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경계를 다시 상상하고 서로를 돌보는 커뮤니티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공동체는 공동의, 하지만 유연한 경계를 설정하고 언제든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사변적 정의와 사유가 가능한 공간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회에 그어진 경계를 굳히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태도로 건너가고 이 건넘의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2022.1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새로운 경계의 공동체를 위해
젤라씨
최근 상대에 대한 여러 혐오 발언과 사태들을 보며 경계와 국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국경이 없는 세계의 구조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경계란 우리 삶의 규칙이자 사회 구조의 기본이다. 또한 경계란 우리에게 소속을 부여해 어딘가에 소속되어있다는 일정한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자리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경고를 하기도 한다.
경계란 국경과 같은 유형 경계만이 아닌 무형의 경계도 존재한다. 도나 해러웨이는 『해러웨이 선언문』에서 이 인지적 이념적 무형 경계를 젠더, 인종, 사회계급세 가지로 분류했다. 이 경계들은 우리가 공동으로 사회의 구조를 상상하고 재정립하면서 성립된 것으로 국경 외 사회를 분절시키는 또 다른 정치적 힘으로 작용한다.
유형과 무형의 경계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겹치는 개념도 있다. 두 개념 모두 상대를 추방하고 분리시키고, 배제하며 분류하고 고립시킨다. 우리는 이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경계에서 벌어지는 예술은 미학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만나는 접점으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멕시코 국경의 정치적 상황이 악화될 때 여러 예술가들과 큐레이터들이 국경 지역에 작품을 설치하고 전시 행사를 열었다. 한국의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로 국경 지역 예술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형 경계와 같이 우리는 무형 경계의 전방에서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예술적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큐레이터의 어원은 “cura“라는 라틴어로 ”돌보는 것(to take care of)”을 의미한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경계를 다시 상상하고 서로를 돌보는 커뮤니티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공동체는 공동의, 하지만 유연한 경계를 설정하고 언제든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사변적 정의와 사유가 가능한 공간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회에 그어진 경계를 굳히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태도로 건너가고 이 건넘의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2022.1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