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다.
정재연
보다 더 조용한 곳으로, 보다 더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진정으로 고요한 줄 알았다. 하지만 진정한 고요, 진정한 휴식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걸. 서로 오가는 말, 차분한 눈 마주침, 서로에게 집중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잔잔한 여운들. 각각의 세계에서 여물고, 차오르고, 쓸어내고, 꿰매며 우리가 모이면 다른 세계에서 또다시 여물어진다.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진오(Jean Oh)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시작하여, 예술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술 대학교, 대학원까지 한 번도 미술을 멀리한 적이 없다. 페인팅, 드로잉, 사진, 바느질, 설치 작업 등 모든 매체를 스스로 실험하며 그때그때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다룬다. 진오의 작품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떤 작품에선 즉흥적이다 싶을 정도로 역동적이다가도 또 다른 작품에선 너무 정적이고 차분하다. 흥미로운 점은 역동적이고 정적인 이 두 가지 성격의 작품이 너무나 닮아있다는 점이다. 정적인 작품은 옅은 연필 선과, 색감에 집중하게 만든다. 어떤 하나의 형상을 발견하면, 눈으로 한번 쓸어내고 감정선을 기워 내면 전체적인 그림 감상이 끝난다. 눈을 감으면 그 형상과 색감이 겹쳐지고, 그 겹침으로 인해 의미화가 된다. 그의 브루클린의 작업실에 방문했던 2년 전이 떠올랐다. 그때에도 사람에 대해 그리고 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던 적이 있다. 그의 모든 주제는 그래서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여리고 작은 몸채처럼 그는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라 유독 ‘사람’에게 웃고, 우는 경우가 많다. 작은 일을 크게 여길 때도 있고, 큰일을 작게 여길 때도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주제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 사람들과의 격차, 추상적인 의미가 어쩌면 그에게 숙제처럼 여겨지나 보다. 자신에게 나온 감정은 결국은 자신이므로, 웅크리고 선 채 허공에 맴돌고 있는 감정들을 잊고자 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의 가치는 진심의 깊이로 측정할 수 있다. 말수가 적은 진오는 속으로 ‘무엇보다 진심은 자신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진심이 다른 이에게 전달되지 않을 때, 사람에게 익숙해져서 혹은 상처받아 시큰둥하거나 무덤덤한 마음이 화폭 안에서 혼란으로 흐트러져 축 처져 힘이 없어 보일 때도 있다. 대부분 작품에 하얗게 혹은 희끄무레한 파스텔의 색감이 작품마다 덧칠되어 있는데, 작가 스스로가 상처를 덮어주고 슬픔에 그의 손을 얹은 행위가 아닐까 싶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자신을 믿는다는 것,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강한 믿음 말이다.
캔버스 안에서 느껴지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현실과 이상 사이를 헤매는 것 같아 보인다. 무작정 옷을 챙겨 입고 산책을 나간다. 불안정한 방황은 계속 걷다가 보면 위로가 되고, 서글픈 외로움은 찬 바람에 잔뜩 얼어버린 손에 쥐어진 따뜻한 커피로 위로한다. 작가는 무엇을 말할까? 다시 새로운 애정으로 덮어버리는 듯한 옅은 하얀 물감은 안정감을 찾기 위한 수단인 걸까? 우리는 마주해야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눈을 마주치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나가는 관계들 속에서 작가는 해답을 찾을 것이다. 그가 직접 그리고 덧칠하고 칠하고 지우고 그건 진오만의 손의 언어다.
중복되는 선과 색감, 가끔은 자제를 잃은 듯한 그의 거침 없는 페인팅은 비 오기 직전의 구름이 드리워진 불완전한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불완전한 형태에선 그가 작업하는 바느질 시리즈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천 안에 솜을 가득 넣어 불룩 튀어나오거나 불규칙하게 이어 나가는 바느질은 위태로워 보이기보단 치유의 과정으로 여겨진다. 찢어진 곳을 빈틈없이 꿰매고 메꿔 놓았다. 그의 손의 흔적, 적막과 고요 속에서 이루어지는 절묘한 흐름. 무한한 선과 흐릿한 색들의 연속으로 무한한 반복의 현기증, 무엇을 조용하게 압도하는 최면술이랄까? 조화롭고 어지러운 균형에 바라보는 이들은 편안함을 느끼고 위안을 얻는다. 진오는 그가 사용하는 색감과 재료 선택에 본능적으로 다가간다. 물감의 색감을 고르고, 질감을 선별하고, 그의 부드러운 성향과 조심스러움이 화폭에 그대로 담긴다. 작가는 그때그때 편한 색감을 골라 사용하는데, 보통 색감에서 오는 무게를 많이 따지는 편이기에 미묘한 채도와 명도 변화를 조절한다. 색채는 새로운 시각적 언어이자 작가만의 감수성과 이야기가 되는 중요한 수단이다. 색감의 변화에는 인간관계의 깊이나 소통의 성향에 따라 채도와 명도 조절, 톤의 변화를 나타낸다. 그만이 조절할 수 있는 농도, 질감, 그리고 색감들은 조용한 작업실 안에서 잔잔한 다큐멘터리를 들으며 작품을 완성한다. 그만이 움켜쥘 수 있는 서사들로 말이다. 스스로를 대신할 수 있는 마음은 이야기가 되어 결말로 이어진다. 그건 관계의 완전한 회복도 아니고 치유도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내는 희망의 마음일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그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 이토록 미성숙하고 조심스럽고 관계에 집중하는 작가 스스로가 보내는 일종의 위로랄까?
Jean Oh (b. 1993) is an artist living and working in Brooklyn, New York. Jean Oh holds a BFA from the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 and an MFA from Pratt Institute. Oh has been featured in Saatchi Art'’ Rising Stars Report 2019. She also has been selected as the winner of the Silver Award for AHL-T&W Foundation Contemporary Visual Art Awards. She has had solo exhibitions at the Iron Velvet Gallery in New York NY, and the Nars Foundation in Brooklyn NY. Her work was presented by numerous group shows in the USA: 2021 Transitions (NeueHouse Madison Square, New York, NY), 2020 Something from Nothing Art (Space 776 Gallery, New York, NY)
Jean Oh(b.1993)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거주하며 작업을 하는 작가로, 2016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 (MICA)에서 회화과 학사과정을 마치고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Pratt Institute에서 순수미술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작가는 사치 아트(Saatchi Art)의 떠오르는 아티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알재단(AHL Foundation, T&W)에서 비주얼 아트 어워드 은상을 수상했다. 뉴욕 Iron Velvet Gallery와 브루클린의 나스 파운데이션(Nars Foundation)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그룹전으로는 2021 뉴하우스(NeueHouse Madison Square, New York, NY), <Something from Nothing Art> 2020 (Space 776 Gallery, New York, NY)외 다수의 그룹전을 가지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Jean Oh Instagram @jean ___ o
Jean Oh website http://www.ohjean.com/
Iron Velvet Instagram @_ ironvelvet _
2023. 0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단절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다.
정재연
보다 더 조용한 곳으로, 보다 더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진정으로 고요한 줄 알았다. 하지만 진정한 고요, 진정한 휴식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걸. 서로 오가는 말, 차분한 눈 마주침, 서로에게 집중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잔잔한 여운들. 각각의 세계에서 여물고, 차오르고, 쓸어내고, 꿰매며 우리가 모이면 다른 세계에서 또다시 여물어진다.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진오(Jean Oh)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시작하여, 예술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술 대학교, 대학원까지 한 번도 미술을 멀리한 적이 없다. 페인팅, 드로잉, 사진, 바느질, 설치 작업 등 모든 매체를 스스로 실험하며 그때그때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다룬다. 진오의 작품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어떤 작품에선 즉흥적이다 싶을 정도로 역동적이다가도 또 다른 작품에선 너무 정적이고 차분하다. 흥미로운 점은 역동적이고 정적인 이 두 가지 성격의 작품이 너무나 닮아있다는 점이다. 정적인 작품은 옅은 연필 선과, 색감에 집중하게 만든다. 어떤 하나의 형상을 발견하면, 눈으로 한번 쓸어내고 감정선을 기워 내면 전체적인 그림 감상이 끝난다. 눈을 감으면 그 형상과 색감이 겹쳐지고, 그 겹침으로 인해 의미화가 된다. 그의 브루클린의 작업실에 방문했던 2년 전이 떠올랐다. 그때에도 사람에 대해 그리고 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던 적이 있다. 그의 모든 주제는 그래서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여리고 작은 몸채처럼 그는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라 유독 ‘사람’에게 웃고, 우는 경우가 많다. 작은 일을 크게 여길 때도 있고, 큰일을 작게 여길 때도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주제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 사람들과의 격차, 추상적인 의미가 어쩌면 그에게 숙제처럼 여겨지나 보다. 자신에게 나온 감정은 결국은 자신이므로, 웅크리고 선 채 허공에 맴돌고 있는 감정들을 잊고자 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의 가치는 진심의 깊이로 측정할 수 있다. 말수가 적은 진오는 속으로 ‘무엇보다 진심은 자신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진심이 다른 이에게 전달되지 않을 때, 사람에게 익숙해져서 혹은 상처받아 시큰둥하거나 무덤덤한 마음이 화폭 안에서 혼란으로 흐트러져 축 처져 힘이 없어 보일 때도 있다. 대부분 작품에 하얗게 혹은 희끄무레한 파스텔의 색감이 작품마다 덧칠되어 있는데, 작가 스스로가 상처를 덮어주고 슬픔에 그의 손을 얹은 행위가 아닐까 싶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자신을 믿는다는 것,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강한 믿음 말이다.
캔버스 안에서 느껴지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현실과 이상 사이를 헤매는 것 같아 보인다. 무작정 옷을 챙겨 입고 산책을 나간다. 불안정한 방황은 계속 걷다가 보면 위로가 되고, 서글픈 외로움은 찬 바람에 잔뜩 얼어버린 손에 쥐어진 따뜻한 커피로 위로한다. 작가는 무엇을 말할까? 다시 새로운 애정으로 덮어버리는 듯한 옅은 하얀 물감은 안정감을 찾기 위한 수단인 걸까? 우리는 마주해야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눈을 마주치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나가는 관계들 속에서 작가는 해답을 찾을 것이다. 그가 직접 그리고 덧칠하고 칠하고 지우고 그건 진오만의 손의 언어다.
중복되는 선과 색감, 가끔은 자제를 잃은 듯한 그의 거침 없는 페인팅은 비 오기 직전의 구름이 드리워진 불완전한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불완전한 형태에선 그가 작업하는 바느질 시리즈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천 안에 솜을 가득 넣어 불룩 튀어나오거나 불규칙하게 이어 나가는 바느질은 위태로워 보이기보단 치유의 과정으로 여겨진다. 찢어진 곳을 빈틈없이 꿰매고 메꿔 놓았다. 그의 손의 흔적, 적막과 고요 속에서 이루어지는 절묘한 흐름. 무한한 선과 흐릿한 색들의 연속으로 무한한 반복의 현기증, 무엇을 조용하게 압도하는 최면술이랄까? 조화롭고 어지러운 균형에 바라보는 이들은 편안함을 느끼고 위안을 얻는다. 진오는 그가 사용하는 색감과 재료 선택에 본능적으로 다가간다. 물감의 색감을 고르고, 질감을 선별하고, 그의 부드러운 성향과 조심스러움이 화폭에 그대로 담긴다. 작가는 그때그때 편한 색감을 골라 사용하는데, 보통 색감에서 오는 무게를 많이 따지는 편이기에 미묘한 채도와 명도 변화를 조절한다. 색채는 새로운 시각적 언어이자 작가만의 감수성과 이야기가 되는 중요한 수단이다. 색감의 변화에는 인간관계의 깊이나 소통의 성향에 따라 채도와 명도 조절, 톤의 변화를 나타낸다. 그만이 조절할 수 있는 농도, 질감, 그리고 색감들은 조용한 작업실 안에서 잔잔한 다큐멘터리를 들으며 작품을 완성한다. 그만이 움켜쥘 수 있는 서사들로 말이다. 스스로를 대신할 수 있는 마음은 이야기가 되어 결말로 이어진다. 그건 관계의 완전한 회복도 아니고 치유도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내는 희망의 마음일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그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 이토록 미성숙하고 조심스럽고 관계에 집중하는 작가 스스로가 보내는 일종의 위로랄까?
Jean Oh (b. 1993) is an artist living and working in Brooklyn, New York. Jean Oh holds a BFA from the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 and an MFA from Pratt Institute. Oh has been featured in Saatchi Art'’ Rising Stars Report 2019. She also has been selected as the winner of the Silver Award for AHL-T&W Foundation Contemporary Visual Art Awards. She has had solo exhibitions at the Iron Velvet Gallery in New York NY, and the Nars Foundation in Brooklyn NY. Her work was presented by numerous group shows in the USA: 2021 Transitions (NeueHouse Madison Square, New York, NY), 2020 Something from Nothing Art (Space 776 Gallery, New York, NY)
Jean Oh(b.1993)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거주하며 작업을 하는 작가로, 2016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Maryland Institute College of Art (MICA)에서 회화과 학사과정을 마치고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Pratt Institute에서 순수미술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작가는 사치 아트(Saatchi Art)의 떠오르는 아티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알재단(AHL Foundation, T&W)에서 비주얼 아트 어워드 은상을 수상했다. 뉴욕 Iron Velvet Gallery와 브루클린의 나스 파운데이션(Nars Foundation)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그룹전으로는 2021 뉴하우스(NeueHouse Madison Square, New York, NY), <Something from Nothing Art> 2020 (Space 776 Gallery, New York, NY)외 다수의 그룹전을 가지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Jean Oh Instagram @jean ___ o
Jean Oh website http://www.ohje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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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1 ACK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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