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문제
젤라씨
우리는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클라우드 등 외부 저장매체로 기록되는 우리의 경험은 공동의 기억을 불가능하게 하고, 과거와 현재를 직시하고 공동의 기억, 공동의 역사를 그려나가는 방법을 잊게 했다. 지금 나의 머리를 거쳐 어떤 기억을 만들지 미루기 위해 사진을 찍어 무한대의 용량이 있는 외부 저장매체로 기록해 두고 우리는 오늘을 잊는다. 새롭고 자극적인 감각을 찾으러 떠나며 방금 전의 기억은 잊는 것이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우리의 기억이 휘발되고 찾지 않는 무한대의 사진들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각 개인이 소지하는 개인적 경험과 기억과는 별개로 한 사회와 집단 또한 공동의 기억(collective memory)을 갖게 된다. 집단기억은 공동체에 대한 의식의 기초이며 각 개인이 공동성을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공동체 또는 집단이 수행하는 기억을 공동 기억이라고 하며 여러 역사기술 중 하나의 분석론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오늘날 개개인, 그리고 외부 저장매체로 흩어진 경험과 기억을 어떻게 공동의 기억으로 보존할 것인지, 나아가 지금 우리들에게 공동의 기억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과거를 기술하기에 우리가 현재 감각하는 인식과는 어긋나 있기도 하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아카이브 된 사료를 연역적 추론이나 유추한다. 하지만 공동의 기억은 한 공동체의 가치를 반영한다. 현실에 저항하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는 도덕적 활동의 덩어리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공동의 기억은 역사기술의 기록과 어긋나며 우리가 흔히 부르는 역사라는 것이 사실/실체보다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완전한 기록과 만나는 순간이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동의 기억은 상상력과도 연결된다. 상상력이란 역사적 필연성이라는 논제에 포획되지 않으면서도 과거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상상력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통해 한 공동체가 나아가야 하는 미래의 가치 방향을 포괄하며 기존의 이론과 객관성을 대체할 새로운 사변적 역사기술의 방법론을 제기한다. 상상이란 역사책이나 외부 저장매체가 아닌 인간의 신체를 살아 움직이는 아카이브로 상정하며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하나의 도구로 보기에 공동의 기억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공동의 기억은 개개인의 기억을 꺼내 놓고 역사라는 실체, 현재라는 진상의 형체와 엇갈려 바라보고 이것이 단순히 한 사람의 환영이 아님을 발화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공동 기억의 힘은 바로 이렇게 개인이 공동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하고, 공동의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음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도망치고 싶은 역사와 과거, 그리고 상상된 실재와 미래를 직시하게 할 것이다.
2023. 0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기억의 문제
젤라씨
우리는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클라우드 등 외부 저장매체로 기록되는 우리의 경험은 공동의 기억을 불가능하게 하고, 과거와 현재를 직시하고 공동의 기억, 공동의 역사를 그려나가는 방법을 잊게 했다. 지금 나의 머리를 거쳐 어떤 기억을 만들지 미루기 위해 사진을 찍어 무한대의 용량이 있는 외부 저장매체로 기록해 두고 우리는 오늘을 잊는다. 새롭고 자극적인 감각을 찾으러 떠나며 방금 전의 기억은 잊는 것이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우리의 기억이 휘발되고 찾지 않는 무한대의 사진들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각 개인이 소지하는 개인적 경험과 기억과는 별개로 한 사회와 집단 또한 공동의 기억(collective memory)을 갖게 된다. 집단기억은 공동체에 대한 의식의 기초이며 각 개인이 공동성을 인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공동체 또는 집단이 수행하는 기억을 공동 기억이라고 하며 여러 역사기술 중 하나의 분석론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오늘날 개개인, 그리고 외부 저장매체로 흩어진 경험과 기억을 어떻게 공동의 기억으로 보존할 것인지, 나아가 지금 우리들에게 공동의 기억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과거를 기술하기에 우리가 현재 감각하는 인식과는 어긋나 있기도 하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아카이브 된 사료를 연역적 추론이나 유추한다. 하지만 공동의 기억은 한 공동체의 가치를 반영한다. 현실에 저항하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는 도덕적 활동의 덩어리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공동의 기억은 역사기술의 기록과 어긋나며 우리가 흔히 부르는 역사라는 것이 사실/실체보다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완전한 기록과 만나는 순간이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동의 기억은 상상력과도 연결된다. 상상력이란 역사적 필연성이라는 논제에 포획되지 않으면서도 과거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상상력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통해 한 공동체가 나아가야 하는 미래의 가치 방향을 포괄하며 기존의 이론과 객관성을 대체할 새로운 사변적 역사기술의 방법론을 제기한다. 상상이란 역사책이나 외부 저장매체가 아닌 인간의 신체를 살아 움직이는 아카이브로 상정하며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하나의 도구로 보기에 공동의 기억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공동의 기억은 개개인의 기억을 꺼내 놓고 역사라는 실체, 현재라는 진상의 형체와 엇갈려 바라보고 이것이 단순히 한 사람의 환영이 아님을 발화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공동 기억의 힘은 바로 이렇게 개인이 공동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하고, 공동의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음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도망치고 싶은 역사와 과거, 그리고 상상된 실재와 미래를 직시하게 할 것이다.
2023. 0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