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아트하우스, 그 이후의 이야기-미디어아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
한승주
2020년 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에 의한 팬데믹이 발생했다. 모두의 일상이 멈춰버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미술관도 거의 문을 닫거나 간신히 전시를 연 기간에도 관람객을 제한해서 들여야 했다.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 손 소독기와 QR코드 체크인 기계에 익숙해져야 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려오는 정부 발 지침서를 확인하고 안내 문구를 수정했다. 몇 평방미터당 몇인 이상이 함께 있으면 안 된다는 지침을 보며 한참 계산을 하다가 어차피 하루에 관람객이 50명도 채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탈해 하기도 했다. 일상이 무너졌는데 전시를 열어야 한다는 사실도 아이러니였다. 이 시기에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일주아트하우스에서 1주년 개관 기념 전시로 열렸던 《상어, 비행기를 물다》를 만났다.
제목에서부터 2000년 초반의 감성이 묻어나는 위 전시는 ‘색다른 일상, 진부한 일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기획의 글에는 일탈을 배태하는 일상의 다층적 의미를 다양한 예술 콘텐츠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는 의도를 밝히고 있다.[1] 최신의 미디어로 예술의 형식을 실험하기 보다 일반인들과 공유하는 이슈를 함께 논하며 예술 경험을 통한 일탈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일탈의 일상적 행위를 입증하고자 마련된 전시였다. 일상을 잃어버리고 난 뒤 맞닥뜨린 ‘일상의 일탈’혹은 ‘일탈의 일상’이라는 문구가 생경하게 다가왔다. 일상은 오래도록 탈주의 욕망이 담긴 주제로 인식되어 왔지만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는 회복하고 싶은 노스탤지어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틀린 일상 속에서 가장 적절히 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미디어아트를 통해 우리가 처한 뉴노멀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2021년판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전시를 진행하게 되었다. 전시에는 총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물론 모두 2001년 일주아트하우스의 《상어, 비행기를 물다》에 참여했던 분들이었다. 각기 디지털 오브제, 영상, 사진, 인터넷 등 뉴미디어 매체로 작업을 전개하던 작가였고,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분이 국내 1세대 미디어아티스트라 꼽을 수 있는 김해민 작가였다. 전시를 설명하기 위해 구구절절 서두가 길었지만 사실 본 글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김해민 작가와 전시 준비를 하며 깨달은 바에 관한 것이다.
김해민 작가와 작품을 처음 본 것은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필름앤비디오에서 열린 〈디어 시네마: 차이와 반복〉의 세 번째 섹션 ‘비디오 심포니: 연접, 이접, 통접의 서곡’ 상영 프로그램에서였다. 〈접촉불량〉, 〈삼촌과 이모〉, 〈신춘향〉까지 세 편의 영상이 차례로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었고 앞의 두 작품도 그랬지만 특히 〈신춘향〉이 인상적이었다. 세 개의 스크린이 차례로 바닥에 놓여있고, 가장 안쪽의 스크린에서 영화감독 신상옥이 북한에서 제작한 춘향전이, 중간에 놓인 스크린에서는 마치 38선의 기능을 하듯 전쟁과 분단의 이미지가, 가장 앞쪽의 스크린에서는 같은 감독이 한국에서 제작한 춘향전이 재생된다. 이때 카메라의 포커스 기능을 차용해 스크린에 초점이 맞춰지면 영상이 재생되고, 흐려지면 중간 스크린을 거쳐 다음 스크린으로 포커스가 넘어가 재생되는 방식으로 연결되는 한 편의 비디오 설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설치가 가미된 영상작품이므로 스크리닝 방식보다는 실제 전시장에 설치해서 감상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당시에도 참 궁금했는데, 마침 ‘상어’전에 이 작품을 포함할 수 있게 되었다.
김해민 작가가 ‘상어’전에 출품한 작품은 팬데믹의 일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2020), 2001년 일주 전시에도 선보였던 〈RGB 칵테일〉의 업그레이드 버전 〈RGB칵테일-용해되지 않는 캡슐〉(2017)과 〈신춘향〉(2017), 그리고 본 전시를 위한 신작 〈빨강 그림자 파랑 그림자-대면 비대면〉(2021), 이렇게 네 점이었다. 단채널 비디오 작품인 〈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를 제외하면 모두 미디어 설치 작품이었고, 작가는 직접 도면에 필요한 벽체와 공간 구획을 제안하며 신경을 많이 썼다. 아무래도 미디어 설치는 작품 간의 빛, 사운드 간섭과 기기 설치 공간, 상영 거리, 관람객 동선 등을 잘 살펴야 하므로 회화나 조각 설치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작품의 원본 데이터를 가장 잘 출력할 수 있는 기기를 찾는 일일 것이다.
영상 작품 전시를 할 때 어려운 점이 특히 이 부분인데, 근래 활동하는 작가들은 4k 이상 고해상도로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전시장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출력되는 영상의 해상도이다. 화질이 좋아질수록 고사양의 영상 출력기기(빔 프로젝터, 모니터, TV, LED 패널 등)를 선호하므로 전시를 개최하는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고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컨디션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한정된 기간과 예산 안에 묶여 어쩔 수 없이 작가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데이터 용량을 줄일 수 있을지 여부를 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김해민 작가와의 작업 과정은 조금 달랐다. 그의 작품은 고사양의 영상 기기가 필요하지도, 복잡한 장치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몇 가지의 간단한 기술과 전기 연결 만으로 스크린이 만들어내는 가상세계와 관람자가 서있는 현실 세계 사이의 벽을 간단히 허물어뜨리기만 하면 되었다. 작가는 늘 본인의 작품을 설명할 때 하이테크(high-tech)보다 로우테크(low-tech) 작업을 더 선호한다고 밝힌다.[2] 하지만 이미 최신의 기술에 경도되어 있던 필자는 그의 이 발화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한참을 헤매야 했다.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기들을 총동원했지만 사실상 필요 없었고, 여러 번의 수정을 통해 작품 설치가 완료되고 나서야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미디어아트는 태생적인 특성상 최신의 기술을 활용하여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술이라는 것은 점차 빠르게 변화해간다. 새로운 기술은 곧 또 다른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어 이전의 것은 금세 사라지고 마는 경우도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디어아트 장르의 복원과 보존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김해민 작가의 작품은 물론 기술을 사용하지만 기술 자체에 심취해있지 않은 채 온전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그 이상의 것은 어쩌면 과잉일지 모른다. 오랫동안 이어온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가상과 실재’이며,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아이디어를 현실 세계에 구현할 수 있는 매개체로 미디어 매체를 사용한다. 과거에 가지고만 있던 아이디어가 현재의 기술로 구현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주 간단한 공식이지만 작가의 작품을 설치하는 동안 우리가 이 기본 공식을 잠시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발전하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 보다 매끈한 실재를 구현하려는 욕망에 시달리고 있지만 실상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그것보다는 훨씬 거친 입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그래서 우리의 두 다리가 딛고 서 있는 현실 세계의 중력을 잊지 말아야 함을 깨달았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것이 팬데믹을 지나온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견지해야 할 태도이기도 하며, 더 나아가 변화하는 환경 안에서 앞으로도 작품과 전시를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모두에게 꼭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글은 이렇게 마무리를 짓지만, 마지막으로 일주아트하우스라는 지금은 사라진 플랫폼을 통해 미디어아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작업이 누군가를 통해서라도 꼭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김해민, 신춘향, 2017, 3 channel video installation, 29min 23sec, 세화미술관 전시전경, 2021.
[1] https://neolook.com/archives/20011017a
[2] 김해민 작가노트 ‘반색(伴色), 또는 그런 기색’ 중, https://neolook.com/archives/20221109f
2023. 0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일주아트하우스, 그 이후의 이야기-미디어아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
한승주
2020년 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에 의한 팬데믹이 발생했다. 모두의 일상이 멈춰버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미술관도 거의 문을 닫거나 간신히 전시를 연 기간에도 관람객을 제한해서 들여야 했다.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 손 소독기와 QR코드 체크인 기계에 익숙해져야 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려오는 정부 발 지침서를 확인하고 안내 문구를 수정했다. 몇 평방미터당 몇인 이상이 함께 있으면 안 된다는 지침을 보며 한참 계산을 하다가 어차피 하루에 관람객이 50명도 채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탈해 하기도 했다. 일상이 무너졌는데 전시를 열어야 한다는 사실도 아이러니였다. 이 시기에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일주아트하우스에서 1주년 개관 기념 전시로 열렸던 《상어, 비행기를 물다》를 만났다.
제목에서부터 2000년 초반의 감성이 묻어나는 위 전시는 ‘색다른 일상, 진부한 일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기획의 글에는 일탈을 배태하는 일상의 다층적 의미를 다양한 예술 콘텐츠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는 의도를 밝히고 있다.[1] 최신의 미디어로 예술의 형식을 실험하기 보다 일반인들과 공유하는 이슈를 함께 논하며 예술 경험을 통한 일탈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일탈의 일상적 행위를 입증하고자 마련된 전시였다. 일상을 잃어버리고 난 뒤 맞닥뜨린 ‘일상의 일탈’혹은 ‘일탈의 일상’이라는 문구가 생경하게 다가왔다. 일상은 오래도록 탈주의 욕망이 담긴 주제로 인식되어 왔지만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는 회복하고 싶은 노스탤지어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틀린 일상 속에서 가장 적절히 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미디어아트를 통해 우리가 처한 뉴노멀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2021년판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전시를 진행하게 되었다. 전시에는 총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물론 모두 2001년 일주아트하우스의 《상어, 비행기를 물다》에 참여했던 분들이었다. 각기 디지털 오브제, 영상, 사진, 인터넷 등 뉴미디어 매체로 작업을 전개하던 작가였고,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분이 국내 1세대 미디어아티스트라 꼽을 수 있는 김해민 작가였다. 전시를 설명하기 위해 구구절절 서두가 길었지만 사실 본 글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김해민 작가와 전시 준비를 하며 깨달은 바에 관한 것이다.
김해민 작가와 작품을 처음 본 것은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필름앤비디오에서 열린 〈디어 시네마: 차이와 반복〉의 세 번째 섹션 ‘비디오 심포니: 연접, 이접, 통접의 서곡’ 상영 프로그램에서였다. 〈접촉불량〉, 〈삼촌과 이모〉, 〈신춘향〉까지 세 편의 영상이 차례로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었고 앞의 두 작품도 그랬지만 특히 〈신춘향〉이 인상적이었다. 세 개의 스크린이 차례로 바닥에 놓여있고, 가장 안쪽의 스크린에서 영화감독 신상옥이 북한에서 제작한 춘향전이, 중간에 놓인 스크린에서는 마치 38선의 기능을 하듯 전쟁과 분단의 이미지가, 가장 앞쪽의 스크린에서는 같은 감독이 한국에서 제작한 춘향전이 재생된다. 이때 카메라의 포커스 기능을 차용해 스크린에 초점이 맞춰지면 영상이 재생되고, 흐려지면 중간 스크린을 거쳐 다음 스크린으로 포커스가 넘어가 재생되는 방식으로 연결되는 한 편의 비디오 설치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설치가 가미된 영상작품이므로 스크리닝 방식보다는 실제 전시장에 설치해서 감상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당시에도 참 궁금했는데, 마침 ‘상어’전에 이 작품을 포함할 수 있게 되었다.
김해민 작가가 ‘상어’전에 출품한 작품은 팬데믹의 일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2020), 2001년 일주 전시에도 선보였던 〈RGB 칵테일〉의 업그레이드 버전 〈RGB칵테일-용해되지 않는 캡슐〉(2017)과 〈신춘향〉(2017), 그리고 본 전시를 위한 신작 〈빨강 그림자 파랑 그림자-대면 비대면〉(2021), 이렇게 네 점이었다. 단채널 비디오 작품인 〈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를 제외하면 모두 미디어 설치 작품이었고, 작가는 직접 도면에 필요한 벽체와 공간 구획을 제안하며 신경을 많이 썼다. 아무래도 미디어 설치는 작품 간의 빛, 사운드 간섭과 기기 설치 공간, 상영 거리, 관람객 동선 등을 잘 살펴야 하므로 회화나 조각 설치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작품의 원본 데이터를 가장 잘 출력할 수 있는 기기를 찾는 일일 것이다.
영상 작품 전시를 할 때 어려운 점이 특히 이 부분인데, 근래 활동하는 작가들은 4k 이상 고해상도로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전시장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출력되는 영상의 해상도이다. 화질이 좋아질수록 고사양의 영상 출력기기(빔 프로젝터, 모니터, TV, LED 패널 등)를 선호하므로 전시를 개최하는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고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컨디션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한정된 기간과 예산 안에 묶여 어쩔 수 없이 작가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데이터 용량을 줄일 수 있을지 여부를 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김해민 작가와의 작업 과정은 조금 달랐다. 그의 작품은 고사양의 영상 기기가 필요하지도, 복잡한 장치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몇 가지의 간단한 기술과 전기 연결 만으로 스크린이 만들어내는 가상세계와 관람자가 서있는 현실 세계 사이의 벽을 간단히 허물어뜨리기만 하면 되었다. 작가는 늘 본인의 작품을 설명할 때 하이테크(high-tech)보다 로우테크(low-tech) 작업을 더 선호한다고 밝힌다.[2] 하지만 이미 최신의 기술에 경도되어 있던 필자는 그의 이 발화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한참을 헤매야 했다.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기들을 총동원했지만 사실상 필요 없었고, 여러 번의 수정을 통해 작품 설치가 완료되고 나서야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미디어아트는 태생적인 특성상 최신의 기술을 활용하여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술이라는 것은 점차 빠르게 변화해간다. 새로운 기술은 곧 또 다른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어 이전의 것은 금세 사라지고 마는 경우도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디어아트 장르의 복원과 보존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김해민 작가의 작품은 물론 기술을 사용하지만 기술 자체에 심취해있지 않은 채 온전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그 이상의 것은 어쩌면 과잉일지 모른다. 오랫동안 이어온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가상과 실재’이며,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아이디어를 현실 세계에 구현할 수 있는 매개체로 미디어 매체를 사용한다. 과거에 가지고만 있던 아이디어가 현재의 기술로 구현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주 간단한 공식이지만 작가의 작품을 설치하는 동안 우리가 이 기본 공식을 잠시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발전하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 보다 매끈한 실재를 구현하려는 욕망에 시달리고 있지만 실상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그것보다는 훨씬 거친 입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그래서 우리의 두 다리가 딛고 서 있는 현실 세계의 중력을 잊지 말아야 함을 깨달았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것이 팬데믹을 지나온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견지해야 할 태도이기도 하며, 더 나아가 변화하는 환경 안에서 앞으로도 작품과 전시를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모두에게 꼭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글은 이렇게 마무리를 짓지만, 마지막으로 일주아트하우스라는 지금은 사라진 플랫폼을 통해 미디어아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작업이 누군가를 통해서라도 꼭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김해민, 신춘향, 2017, 3 channel video installation, 29min 23sec, 세화미술관 전시전경, 2021.
[1] https://neolook.com/archives/20011017a
[2] 김해민 작가노트 ‘반색(伴色), 또는 그런 기색’ 중, https://neolook.com/archives/20221109f
2023. 0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