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정희라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1]의 영문 제목은 <How to Erase an Image>이다. ‘죽은 자를 재현해내다’라는 의미의 이마고imago를 염두하여 이미지image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훔치다>와 <erase>를 병치하였다. 죽음에 반하는 재생의 의미를 담은 이미지에 대한 고찰은 시뮬라시옹 외에 여러 개념 속에 존재한다. 이 전시는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동물의 박제된 모습과 기후변화가 원인인(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호주 대형 화재 장면들이 소재가 되어, 죽음 가운데서도 인간의 욕망에 의한 자연의 죽음을 다룬다. 그리고 이것을 이미지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이미지를 담는 방식, 그리고 매체 간에 존재하는 미묘한 간극에 관해 언급한다.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전경/작가제공
한지 위에 디지털 출력된 사진이 가지는 형식을 강조한 작업은 재료가 가지는 물성 사이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다양한 층을 드러낸다. 홍준호의 말에 의하면, 사진은 3차원의 세계를 종이와 잉크라는 매체의 형식을 통해 대상을 재현해낸다. 이 전시의 일부 작품들은 사진 이미지의 표면을 가공하는데, 종이 표면을 벗겨내거나 구겨진 종이를 사진으로 촬영하여 이미지에 질감을 주는 식으로 터치를 강화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촉각적인 시각성>을 더하는 것으로 제한된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질감을 더한 사진으로부터 회화성을 느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매체 간에 존재하는 물성의 간극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며, 형식과 내용사이의 합의점도 같이 고려하게 한다. 홍준호의 형식 변용에 따른 의미 부여는 어떤 형식의 한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매체 자체에 대한 탐구의 결과로 보인다. 다양한 매체를 혼합하여 작업을 이어온 작가의 지난 작업 과정들은 매 순간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이 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의 변주를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한지 사진 작업을 마주 보는 전시장의 다른 벽의 작업에서는 웹상에서 타인의 이미지를 자신의 이미지로 가지고 왔다. 이미지 사용권료를 지불하고 다운받아 재창작 과정을 거치면 이미지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이미지 일부를 지우고, 색상을 바꾸고 구성을 재설정하는 것으로 무궁무진한 이미지들을 자연스레 내 것으로 만든다.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다운받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 구조도 짚어낸다. 여러 문장을 입력하면 그것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프로그램들은 언어가 조합되어 시각적인 것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소스들도 어찌되었든 문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오픈 명령 소스들 또한 만들었던 누군가가 존재하며 주인이 있(었)을 것이다. 주인이 있었던 문자 명령어들로 이루어진 소스들에 새로운 단어, 문장을 입력하여 또한 마찬가지로 주인이 있(었)던 이미지들의 조합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꿰뚫어 본 것이다. 홍준호는 이러한 구조를 언급하여 우리의 이미지 사용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전경/작가제공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전경/작가제공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전경/작가제공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22-1-01-A, Erase image from inkjet digital pigment print on Hanji, 80 x 108cm, 2022 /작가제공
[1] 2022.11.17.~11.30, 아트스페이스 신사옥
* 전시 당시 홍준호 작가와 나눈 대화를 토대로 쓰여진 글입니다.
2023. 03.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정희라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1]의 영문 제목은 <How to Erase an Image>이다. ‘죽은 자를 재현해내다’라는 의미의 이마고imago를 염두하여 이미지image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훔치다>와 <erase>를 병치하였다. 죽음에 반하는 재생의 의미를 담은 이미지에 대한 고찰은 시뮬라시옹 외에 여러 개념 속에 존재한다. 이 전시는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동물의 박제된 모습과 기후변화가 원인인(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호주 대형 화재 장면들이 소재가 되어, 죽음 가운데서도 인간의 욕망에 의한 자연의 죽음을 다룬다. 그리고 이것을 이미지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이미지를 담는 방식, 그리고 매체 간에 존재하는 미묘한 간극에 관해 언급한다.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전경/작가제공
한지 위에 디지털 출력된 사진이 가지는 형식을 강조한 작업은 재료가 가지는 물성 사이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다양한 층을 드러낸다. 홍준호의 말에 의하면, 사진은 3차원의 세계를 종이와 잉크라는 매체의 형식을 통해 대상을 재현해낸다. 이 전시의 일부 작품들은 사진 이미지의 표면을 가공하는데, 종이 표면을 벗겨내거나 구겨진 종이를 사진으로 촬영하여 이미지에 질감을 주는 식으로 터치를 강화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촉각적인 시각성>을 더하는 것으로 제한된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질감을 더한 사진으로부터 회화성을 느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매체 간에 존재하는 물성의 간극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며, 형식과 내용사이의 합의점도 같이 고려하게 한다. 홍준호의 형식 변용에 따른 의미 부여는 어떤 형식의 한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매체 자체에 대한 탐구의 결과로 보인다. 다양한 매체를 혼합하여 작업을 이어온 작가의 지난 작업 과정들은 매 순간 실험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이 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의 변주를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한지 사진 작업을 마주 보는 전시장의 다른 벽의 작업에서는 웹상에서 타인의 이미지를 자신의 이미지로 가지고 왔다. 이미지 사용권료를 지불하고 다운받아 재창작 과정을 거치면 이미지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이미지 일부를 지우고, 색상을 바꾸고 구성을 재설정하는 것으로 무궁무진한 이미지들을 자연스레 내 것으로 만든다.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다운받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 구조도 짚어낸다. 여러 문장을 입력하면 그것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프로그램들은 언어가 조합되어 시각적인 것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소스들도 어찌되었든 문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오픈 명령 소스들 또한 만들었던 누군가가 존재하며 주인이 있(었)을 것이다. 주인이 있었던 문자 명령어들로 이루어진 소스들에 새로운 단어, 문장을 입력하여 또한 마찬가지로 주인이 있(었)던 이미지들의 조합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꿰뚫어 본 것이다. 홍준호는 이러한 구조를 언급하여 우리의 이미지 사용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전경/작가제공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전경/작가제공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전경/작가제공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22-1-01-A, Erase image from inkjet digital pigment print on Hanji, 80 x 108cm, 2022 /작가제공
[1] 2022.11.17.~11.30, 아트스페이스 신사옥
* 전시 당시 홍준호 작가와 나눈 대화를 토대로 쓰여진 글입니다.
2023. 03.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