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ㅎㅎㅎ
OCI미술관 <ㅎㅎㅎ> 전시 리뷰
정희라
기웃기웃.
즐비한 아파트 사이로, 위로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염탐하듯 기웃대는 인물들이 게임 속 캐릭터 마냥 와글와글 움직인다.
김나훔_ 1APT_ipad drawing_ anamation_145.5x224.2cm_2023_스틸컷
한때, SNS상의 타인에 대한 관심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일 뿐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러나 타인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는 시대적 현상은 날이 갈수록 그 영향이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랗게 부푸는 느낌이다. 언론 매체에 의해 쓰인 기사를 보던 대중들은 이제 직접 기삿거리를 만들고 공유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언론 매체라고 규정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런 우리가 평소에 종종 느끼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사소한?! 생각들을 콕 짚어 낸 작업들을 전시에서 만나니, 관람 후 일상 속에서 비슷한 맥락의 감정들을 대하며 피식하고 웃게 된다. 김나훔의 작업들은 일상속에서 발생하는 이상야릇한 상황들을 건드린다.
<ㅎㅎㅎ>전시 전경 일부
<똥이구나>, <변기>와 같은 작품들은 언젠가 썼던 일기장을 열어보게 한다. 예를 들면 “오늘도 옆자리의 과장님은 어김없이 신세한탄을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내가 헤드폰을 쓰고 일을 보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와 같은 내용? 작품 속 빨래줄에 널려 있는 누군가의 얼굴은 축 늘어져 버린 지난 날의 내 상태를 말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정유미 작가의 영상 작업 <먼지 아이>는 이불속에 돌돌 말려 있던 몸을 일으켜 청소를 하고, 밥을 먹고, 샤워를 하는 한 인물의 행동을 보여준다. 응? 누가 날 보았나? 청소를 하다가 먼지 아이를 만나고, 샤워로 먼지 아이를 씻어냈는데 밥 공기 속에 들어 앉은 먼지 아이를 발견한다. 이 먼지 아이는 뭐랄까 말로 형언할 수 없이 나와 가깝게 느껴진다. 박용식 작가의 작품 속 강아지들은 물성으로 변한 나의 반려견 같아 무섭기만 하다. ㅎㅎㅎㅎㅎㅎ. 놀이같아 보여 재미있게 보다가 다양한 개념적 접근을 하게 하는 이건용 작가의 작업, 벽 보며 멍때리다가 해본 상상을 구현한 듯한 강홍구 작가의 작업, 드러내기 꺼리는 장소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정철규 작가의 작업은 정신없는 일상 속 붙들어 매고 있는 정신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기획자의 면면이 연상되어 더 재미있는, 우습기도 하고 찔리기도 한, 그래서 오싹한 전시 <ㅎㅎㅎ>.
정유미_<먼지아이>_ 2D Computer_ Drawing_2014_일부
정철규_둥근 시간의 사라질 점거현장에서 너는 굴러간다_2023_부분
2023.05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May.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오싹한 ㅎㅎㅎ
OCI미술관 <ㅎㅎㅎ> 전시 리뷰
정희라
기웃기웃.
즐비한 아파트 사이로, 위로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염탐하듯 기웃대는 인물들이 게임 속 캐릭터 마냥 와글와글 움직인다.
김나훔_ 1APT_ipad drawing_ anamation_145.5x224.2cm_2023_스틸컷
한때, SNS상의 타인에 대한 관심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일 뿐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러나 타인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는 시대적 현상은 날이 갈수록 그 영향이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랗게 부푸는 느낌이다. 언론 매체에 의해 쓰인 기사를 보던 대중들은 이제 직접 기삿거리를 만들고 공유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언론 매체라고 규정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런 우리가 평소에 종종 느끼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사소한?! 생각들을 콕 짚어 낸 작업들을 전시에서 만나니, 관람 후 일상 속에서 비슷한 맥락의 감정들을 대하며 피식하고 웃게 된다. 김나훔의 작업들은 일상속에서 발생하는 이상야릇한 상황들을 건드린다.
<ㅎㅎㅎ>전시 전경 일부
<똥이구나>, <변기>와 같은 작품들은 언젠가 썼던 일기장을 열어보게 한다. 예를 들면 “오늘도 옆자리의 과장님은 어김없이 신세한탄을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내가 헤드폰을 쓰고 일을 보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와 같은 내용? 작품 속 빨래줄에 널려 있는 누군가의 얼굴은 축 늘어져 버린 지난 날의 내 상태를 말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정유미 작가의 영상 작업 <먼지 아이>는 이불속에 돌돌 말려 있던 몸을 일으켜 청소를 하고, 밥을 먹고, 샤워를 하는 한 인물의 행동을 보여준다. 응? 누가 날 보았나? 청소를 하다가 먼지 아이를 만나고, 샤워로 먼지 아이를 씻어냈는데 밥 공기 속에 들어 앉은 먼지 아이를 발견한다. 이 먼지 아이는 뭐랄까 말로 형언할 수 없이 나와 가깝게 느껴진다. 박용식 작가의 작품 속 강아지들은 물성으로 변한 나의 반려견 같아 무섭기만 하다. ㅎㅎㅎㅎㅎㅎ. 놀이같아 보여 재미있게 보다가 다양한 개념적 접근을 하게 하는 이건용 작가의 작업, 벽 보며 멍때리다가 해본 상상을 구현한 듯한 강홍구 작가의 작업, 드러내기 꺼리는 장소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정철규 작가의 작업은 정신없는 일상 속 붙들어 매고 있는 정신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기획자의 면면이 연상되어 더 재미있는, 우습기도 하고 찔리기도 한, 그래서 오싹한 전시 <ㅎㅎㅎ>.
정유미_<먼지아이>_ 2D Computer_ Drawing_2014_일부
정철규_둥근 시간의 사라질 점거현장에서 너는 굴러간다_2023_부분
2023.05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May.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