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둘러싼 무수한 움직임
전효주의 몸에 의한 앎 들에 대하여
정재연
나의 신체에 적용된 ‘몸’, ‘움직임’은 같은 경험이라도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나치고 의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명확히 나의 움직임과 함께 파동이 되어, 또 다른 움직임을 만든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작업하는 전효주는 우리의 몸과 일상생활에서 쉽게 지나치는 공간이나 오브제가 어떻게 만나서 어떤 모양 또는 흔적을 만들어 내는지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그는 신체를 이루는 몸의 주체가 주변 모든 환경을 유기적으로 체험하고 상호 소통하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몸의 움직임이 그의 의식과 공간을 기억하는 방식을 중재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원초적인 지각작용으로 자신의 작업에 확신을 가져간다.
서늘한 바람을 뒤로하고 어느새 하늘과 나무 그림자가 울창한 싱그런 4월의 뉴욕, 브루클린 작업실에서 작가 전효주를 만났다. 나긋한 그의 목소리는 작업실 공간을 채우고 때마침의 공기, 때마침의 대화가 퍼포먼스 행위처럼 이어졌다.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2020년 뉴욕으로 넘어온 그는 작업 초기부터 오브제 설치와 퍼포먼스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일상적 동작과 안무적 요소가 가미된 퍼포먼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미국의 무용가 이본 레이너(Yvonne Rainer)의 영향 때문이다. 규격화된 동작보단 자유로운 움직임을, 다른 공간에서 발견되는 여러가지 동선으로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자발적이고 즉흥적인 감지는 작품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한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을 눈으로 발견하기도 하지만 움직임과 체험을 통해 더 큰 세상을 발견한다. 발견된 세상은 우리의 모든 움직임과 신체를 역추적하기도 한다. 이는 주체와 객체가 만나 결국 나의 경험이 되고 내가 되는 것이다.
전효주는 학부 시절부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줄곧 해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작과 결말이 있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찾긴 어려울 수도 있다. 결말을 내는 것 자체가 오류일 수 있으니까. 근데 이런 오류 자체는 인간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내린 나름의 결론은 ‘무의미한 행동’, ‘비효율적인 행동’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말로 달리 해석해 보자면‘삽질한다’가 정확한 말이겠다. 쓸모 없는 일을 하거나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은 오직 인간만 할 수 있다. <Unnecessary things we carry: Homo-motus>(2019) 는 흙을 판 후 퍼낸 흙 모양대로 캐스팅한 작품이다. 흙은 부드럽지만 거친 속성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의미의 생명을 부여 받아 물과 반죽이 되어, 또 다른 숨쉬는 형태가 된다. 이때부터 전효주는 반복적인 움직임과 신체의 행위에 대한 속성을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언뜻 보면 질서정연한 것처럼 보이는 이 조각들은 규칙적인 체계 속에 내포되어 있는 임의성과 불규칙성으로 지겨운 반복 속, 일종의 돌파구를 찾아간다.
사진 1, 2.) Unnecessary things we carry: Homo-motus, 2019, drawing on graph paper casting plaster, clay, performance 15min (이미지: 작가 제공)
눈에 보이지 않는 측정할 수 없는 존재, 우리가 언어의 세계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멕시코 출신 개념미술가 가브리엘 오로스코(Gabriel Orozco)의 <My hands Are my heart>(1991) 는 상대방에게 그의 마음을 보여주는 실제로 보여준다. 내가, 나의 손으로, 마음의 흔적을 남겨둔다. 손가락 모양이 그대로 심장이 울렁이고 있다. 전효주도 마찬가지로 친구와 함께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캠퍼스 언덕을 내려오다가 우연히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누군가의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찰나에 인상 깊은 말 중엔 “숨의 크기가 나보다 큰 걸 보니 네가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구나.”라는 말이 그의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고 한다. 그걸 그대로 작품으로 승화시킨 <How can we measure our sigh?>(2022)은 경험된 과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으로 보인다. 긴 쇠파이프에 매끈한 나뭇조각이 레일 위에 걸터 앉아 있다. 반대편엔 아주 가벼운 종이봉투가 매달려 있다. 이성적으로 보면 무거운 나무 조각 쪽으로 기울어져야 할 종이봉투가 웬걸 끄떡하지 않고 있다. 재료의 무게나 크기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물리적인 힘. 미묘한 움직임이 쉴새 없이 이어지고, 방향이 바뀌는 건 약간의 테크닉과 우리의 상식과 기대를 엇나가게 한다는 것뿐. 그의 손으로 직접 제작된 것이므로 결코 엄격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그가 짜놓은 같은 규칙 속에서 각 요소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빈 공간의 간격들도 정해진다. 표현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뿐, 그가 전달하려고 하는 관심 주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효주 작업을 살펴보면서 개인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혼자 힘으로, 홀로 작업한 것에 대한 스스로의 신념이 에바 헤세(Eva Hesse) 와도 닮아있단 생각을 했다. 헤세의 감정선이나 심리, 사적 경험은 지극히 다르지만, 불완전한 형태와 투박함 속에 담겨있는 섬세함, 정적으로 보이지만 나른한 움직임, 어떤 현상에서 몸짓까지 이르는 요소들이 투사되어 보인다.
사진 3) How can we measure our sigh?,2022, steel pipe, paper bag, pulley system, wooden block, dimension variable.
Photographer: Kunning Huang.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장소와공간을 기억하는가? 내가 경험해본 곳과 ‘다른 곳’은 공간에 있어서 또 다른 세계와도 같다. 2022년6월, 뉴욕 Iron Velvet에서 가진 그의 전시에서 선보인 <Mapping without scale>(2022)는 본인의 신체를 기본 도구로 삼아 전시 공간을 측정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정확한 치수보단 환기적인(evocative) 힘을 가지며 일상의 삶과 신체의 경험들이 어떻게 연관성을 가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걷고 있다. 공간 속에서 내뱉는 공기 방울, 시간을 늘려놓은 듯 측정된 신체의 거리, 마치 물결을 걷는 것처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일그러졌다가 펼쳐지고 쭉 펴 보기도 한다. 몸의 시작과 끝 가장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를 측정해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하나의 행위를 완성하듯. 신체적인 움직임과 그 한계에 의해 측정된 장소는 시간의 지속과 공간의 점유라는 감각적인 직접성으로 해석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그만의 그리드(grid)는 자신이 생각한 구조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수단 일지도 모른다.
사진 4, 5.) Mapping without scale, 2022, insulation foam, wall compound, ceramic, dimension variable, performance duration 16min. performance documentation by Ryan Wang.
사람들은 대개 좋아하는 행위를 할 때, 좋아하는 단어를 쓸 때 안정감을 느낀다. 모두 그렇지 않은가?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일상 행위의 반복 자체를 놀이처럼 즐긴다. 최근 들어 실험 중인 ‘즉흥성’은 그가 지속적으로 실험중인 퍼포먼스와 수행적 예술 속에서 지니는 신체 운동성과 결을 같이한다. 어린 시절에 지닌 낭만의 고집이랄까? 흙, 모래, 나무, 철근을 가지고 소리와 흐름을 유동적으로 가지고 노는 작업을 구상 중이라 했다. 금속판을 잘라 두드린 후 얇은 철사를 이은 악기를 연상케 하는 작업, 나무의 모서리로 딱따구리 소리를 내게 하는 작은 나무 조각들, 진동의 미세한 떨림이 만들어내는 일정한 리듬감 만들어 내는 진동추. 어린 시절 방학이 생각난다. 나뭇가지로 모빌을 만들고, 돌을 버드나무 줄기로 묶어 소리를 내던 시절.
어느 한날의 위로와도 같았다.
경험하지 못하면 두려워진다. 우연의 기회란 없다. 이유가 있는 경험 조차도 의식적인 의도가 있다. 전효주는 예술적 직관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들여다보고, 경험하고 연구하며 그만의 예술로 승화시킬 것이다. 예술가로서 앞으로 주어진 공간과 예술적 제도 안에서 일어나는 작업 속에서 주저하지 않고 미지 속으로 뛰어드는 것, 흰 벽 바깥의 일을 마음껏 감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6) Rounded play, pointy play,2023 15inch x 19inch Metal rod, thread, sand, acrylic on wood panel.(이미지: 작가 제공)
사진 7.) Drawing, 2022, wire, papermache, acrylic on wood, 8 x 10 inch.(이미지: 작가 제공)
사진 8.) Drawing, 2022, wire, papermache, gelatin, acrylic on wood, 8 x 10 inch.(이미지: 작가 제공)
전효주는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조각 설치와 퍼포먼스 작업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들 또는 흔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공간, 움직임, 오브제들을 모으고 기록하며 그에 대한 반응들을 조각과 퍼포먼스로 전환하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몸이 공간을 이동할 때 몸이 남기는 동선 또는 또 다른 물질들이 남기는 흔적, 잔여물 등을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뉴욕에서 Lenfest Center For the Arts, Abrons Arts Center, Chashama, Half gallery 서울에서는 동소문, 미아리 하부공간, Gallery Imazoo 그리고 Gaon Gallery에서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Hyoju Cheon (b.1994, Seoul) is an explorer and interdisciplinary artist currently residing in New York. Her multimedia practice–often casting a space, an object, or a body in motion–responds to the conditions of a site. Her work documents bodies as they move through space: drawing their trajectories and archiving the material traces left behind. Hyoju has exhibited her works in Seoul at Dongsomun, Meindo, Gallery Imazoo, and Gaon Gallery; and in New York at the Lenfest Center for the Arts, the Abrons Arts Center, Half Gallery and Chashma, among others.
2023.05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May.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나를 둘러싼 무수한 움직임
전효주의 몸에 의한 앎 들에 대하여
정재연
나의 신체에 적용된 ‘몸’, ‘움직임’은 같은 경험이라도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나치고 의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명확히 나의 움직임과 함께 파동이 되어, 또 다른 움직임을 만든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작업하는 전효주는 우리의 몸과 일상생활에서 쉽게 지나치는 공간이나 오브제가 어떻게 만나서 어떤 모양 또는 흔적을 만들어 내는지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그는 신체를 이루는 몸의 주체가 주변 모든 환경을 유기적으로 체험하고 상호 소통하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몸의 움직임이 그의 의식과 공간을 기억하는 방식을 중재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원초적인 지각작용으로 자신의 작업에 확신을 가져간다.
서늘한 바람을 뒤로하고 어느새 하늘과 나무 그림자가 울창한 싱그런 4월의 뉴욕, 브루클린 작업실에서 작가 전효주를 만났다. 나긋한 그의 목소리는 작업실 공간을 채우고 때마침의 공기, 때마침의 대화가 퍼포먼스 행위처럼 이어졌다.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2020년 뉴욕으로 넘어온 그는 작업 초기부터 오브제 설치와 퍼포먼스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일상적 동작과 안무적 요소가 가미된 퍼포먼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미국의 무용가 이본 레이너(Yvonne Rainer)의 영향 때문이다. 규격화된 동작보단 자유로운 움직임을, 다른 공간에서 발견되는 여러가지 동선으로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자발적이고 즉흥적인 감지는 작품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한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어떤 현상을 눈으로 발견하기도 하지만 움직임과 체험을 통해 더 큰 세상을 발견한다. 발견된 세상은 우리의 모든 움직임과 신체를 역추적하기도 한다. 이는 주체와 객체가 만나 결국 나의 경험이 되고 내가 되는 것이다.
전효주는 학부 시절부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줄곧 해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작과 결말이 있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찾긴 어려울 수도 있다. 결말을 내는 것 자체가 오류일 수 있으니까. 근데 이런 오류 자체는 인간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내린 나름의 결론은 ‘무의미한 행동’, ‘비효율적인 행동’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말로 달리 해석해 보자면‘삽질한다’가 정확한 말이겠다. 쓸모 없는 일을 하거나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은 오직 인간만 할 수 있다. <Unnecessary things we carry: Homo-motus>(2019) 는 흙을 판 후 퍼낸 흙 모양대로 캐스팅한 작품이다. 흙은 부드럽지만 거친 속성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의미의 생명을 부여 받아 물과 반죽이 되어, 또 다른 숨쉬는 형태가 된다. 이때부터 전효주는 반복적인 움직임과 신체의 행위에 대한 속성을 파악해 나가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언뜻 보면 질서정연한 것처럼 보이는 이 조각들은 규칙적인 체계 속에 내포되어 있는 임의성과 불규칙성으로 지겨운 반복 속, 일종의 돌파구를 찾아간다.
사진 1, 2.) Unnecessary things we carry: Homo-motus, 2019, drawing on graph paper casting plaster, clay, performance 15min (이미지: 작가 제공)
눈에 보이지 않는 측정할 수 없는 존재, 우리가 언어의 세계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멕시코 출신 개념미술가 가브리엘 오로스코(Gabriel Orozco)의 <My hands Are my heart>(1991) 는 상대방에게 그의 마음을 보여주는 실제로 보여준다. 내가, 나의 손으로, 마음의 흔적을 남겨둔다. 손가락 모양이 그대로 심장이 울렁이고 있다. 전효주도 마찬가지로 친구와 함께 경험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캠퍼스 언덕을 내려오다가 우연히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누군가의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찰나에 인상 깊은 말 중엔 “숨의 크기가 나보다 큰 걸 보니 네가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구나.”라는 말이 그의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고 한다. 그걸 그대로 작품으로 승화시킨 <How can we measure our sigh?>(2022)은 경험된 과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그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으로 보인다. 긴 쇠파이프에 매끈한 나뭇조각이 레일 위에 걸터 앉아 있다. 반대편엔 아주 가벼운 종이봉투가 매달려 있다. 이성적으로 보면 무거운 나무 조각 쪽으로 기울어져야 할 종이봉투가 웬걸 끄떡하지 않고 있다. 재료의 무게나 크기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물리적인 힘. 미묘한 움직임이 쉴새 없이 이어지고, 방향이 바뀌는 건 약간의 테크닉과 우리의 상식과 기대를 엇나가게 한다는 것뿐. 그의 손으로 직접 제작된 것이므로 결코 엄격하거나 완벽하지 않다. 그가 짜놓은 같은 규칙 속에서 각 요소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빈 공간의 간격들도 정해진다. 표현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뿐, 그가 전달하려고 하는 관심 주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효주 작업을 살펴보면서 개인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혼자 힘으로, 홀로 작업한 것에 대한 스스로의 신념이 에바 헤세(Eva Hesse) 와도 닮아있단 생각을 했다. 헤세의 감정선이나 심리, 사적 경험은 지극히 다르지만, 불완전한 형태와 투박함 속에 담겨있는 섬세함, 정적으로 보이지만 나른한 움직임, 어떤 현상에서 몸짓까지 이르는 요소들이 투사되어 보인다.
사진 3) How can we measure our sigh?,2022, steel pipe, paper bag, pulley system, wooden block, dimension variable.
Photographer: Kunning Huang.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장소와공간을 기억하는가? 내가 경험해본 곳과 ‘다른 곳’은 공간에 있어서 또 다른 세계와도 같다. 2022년6월, 뉴욕 Iron Velvet에서 가진 그의 전시에서 선보인 <Mapping without scale>(2022)는 본인의 신체를 기본 도구로 삼아 전시 공간을 측정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정확한 치수보단 환기적인(evocative) 힘을 가지며 일상의 삶과 신체의 경험들이 어떻게 연관성을 가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는 걷고 있다. 공간 속에서 내뱉는 공기 방울, 시간을 늘려놓은 듯 측정된 신체의 거리, 마치 물결을 걷는 것처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일그러졌다가 펼쳐지고 쭉 펴 보기도 한다. 몸의 시작과 끝 가장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를 측정해서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하나의 행위를 완성하듯. 신체적인 움직임과 그 한계에 의해 측정된 장소는 시간의 지속과 공간의 점유라는 감각적인 직접성으로 해석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그만의 그리드(grid)는 자신이 생각한 구조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수단 일지도 모른다.
사진 4, 5.) Mapping without scale, 2022, insulation foam, wall compound, ceramic, dimension variable, performance duration 16min. performance documentation by Ryan Wang.
사람들은 대개 좋아하는 행위를 할 때, 좋아하는 단어를 쓸 때 안정감을 느낀다. 모두 그렇지 않은가? 그 속에서 나타나는 일상 행위의 반복 자체를 놀이처럼 즐긴다. 최근 들어 실험 중인 ‘즉흥성’은 그가 지속적으로 실험중인 퍼포먼스와 수행적 예술 속에서 지니는 신체 운동성과 결을 같이한다. 어린 시절에 지닌 낭만의 고집이랄까? 흙, 모래, 나무, 철근을 가지고 소리와 흐름을 유동적으로 가지고 노는 작업을 구상 중이라 했다. 금속판을 잘라 두드린 후 얇은 철사를 이은 악기를 연상케 하는 작업, 나무의 모서리로 딱따구리 소리를 내게 하는 작은 나무 조각들, 진동의 미세한 떨림이 만들어내는 일정한 리듬감 만들어 내는 진동추. 어린 시절 방학이 생각난다. 나뭇가지로 모빌을 만들고, 돌을 버드나무 줄기로 묶어 소리를 내던 시절.
어느 한날의 위로와도 같았다.
경험하지 못하면 두려워진다. 우연의 기회란 없다. 이유가 있는 경험 조차도 의식적인 의도가 있다. 전효주는 예술적 직관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들여다보고, 경험하고 연구하며 그만의 예술로 승화시킬 것이다. 예술가로서 앞으로 주어진 공간과 예술적 제도 안에서 일어나는 작업 속에서 주저하지 않고 미지 속으로 뛰어드는 것, 흰 벽 바깥의 일을 마음껏 감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6) Rounded play, pointy play,2023 15inch x 19inch Metal rod, thread, sand, acrylic on wood panel.(이미지: 작가 제공)
사진 7.) Drawing, 2022, wire, papermache, acrylic on wood, 8 x 10 inch.(이미지: 작가 제공)
사진 8.) Drawing, 2022, wire, papermache, gelatin, acrylic on wood, 8 x 10 inch.(이미지: 작가 제공)
전효주는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조각 설치와 퍼포먼스 작업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들 또는 흔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공간, 움직임, 오브제들을 모으고 기록하며 그에 대한 반응들을 조각과 퍼포먼스로 전환하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몸이 공간을 이동할 때 몸이 남기는 동선 또는 또 다른 물질들이 남기는 흔적, 잔여물 등을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 뉴욕에서 Lenfest Center For the Arts, Abrons Arts Center, Chashama, Half gallery 서울에서는 동소문, 미아리 하부공간, Gallery Imazoo 그리고 Gaon Gallery에서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Hyoju Cheon (b.1994, Seoul) is an explorer and interdisciplinary artist currently residing in New York. Her multimedia practice–often casting a space, an object, or a body in motion–responds to the conditions of a site. Her work documents bodies as they move through space: drawing their trajectories and archiving the material traces left behind. Hyoju has exhibited her works in Seoul at Dongsomun, Meindo, Gallery Imazoo, and Gaon Gallery; and in New York at the Lenfest Center for the Arts, the Abrons Arts Center, Half Gallery and Chashma, among others.
2023.05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May.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