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 OCI 미술관 《ㅎㅎㅎ》전시 리뷰
한승주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AI와 자유로이 대화하는 현시점에 안착한 입장에서 이제 꽤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고민되는 문제는 스마트폰 메시지를 보낼 때 ㅋ과 ㅎ을 어떻게, 몇 개나 붙여 쓸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우선 ㅋ과 ㅎ을 선택하는 문제에 봉착하고, 일단 마음을 정하고 나면 그다음은 개수의 문제이다. ㅎ는 비웃는 것 같고, ㅎㅎ는 정 없어 보이고 ㅎㅎㅎ는 왠지 기운이 빠진다.
그런데 이 판단에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ㅋ보다 ㅎ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분 좋게 하하하 웃는다 생각하며 보낸 ㅎㅎㅎ 메시지를 받고 허탈해하는 사람도 있다. 분명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기호이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비교적 넓은 범위의 행간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OCI미술관은 어떤 의미로 전시 제목에 ‘ㅎㅎㅎ’를 붙였을까. 6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문자 기호로서 ‘ㅎㅎㅎ’에 내재된 의미의 틈을 헐렁하게 짚어낸다. 요즈음 각계에서 ‘느슨하다’는 표현이 자주 쓰이고 있지만 어쩐지 ‘ㅎㅎㅎ’전시에는 느슨하다 보다는 헐렁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ㅋㅋㅋ와 ㅎㅎㅎ가 가진 차이의 맥락과 비슷한 지점이랄까.
전시 서문에는 어려운 이론이 나열된 텍스트 대신 젊은 남녀의 실없는 대화가 적혔고, 작가별 텍스트도 ㅎㅎㅎ로 점철되었다. 어쩐지 전시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한결 가벼워졌지만 업계 종사자로서 이 수많은 ㅎㅎㅎ의 틈바구니에서 또 어떤 의미를 파악해 내야 하는 걸까 일견 머리가 뒤죽박죽 복잡해지기도 한다.
어쨌든 확실한 건 ㅎㅎㅎ 사이에서 정처를 잃고 부유하는 의미망을 현실 세계에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에 의해 시각예술 언어로 변환된 현실의 문제들은 간혹 원래의 의도와 달리 곡해되기도 하고, 때론 그 곡해가 목표가 되기도 하며, 그로써 관람객을 기만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은 어떻든 큰 상관은 없다. 작품으로 발화된 이야기들이 어디로든 가닿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건용 작가의 퍼포먼스 〈장소의 논리〉에서 작가는 직접 신체를 움직여 현실 세계에 실체를 남김으로써 산적한 문제를 단순히 정리해버린다. 그가 여기를 여기, 그리고 저기를 저기라고 말하는 순간 ㅎㅎㅎ사이로 미끄러져 떠내려가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이건 다시 말하자면, 더 이상 ㅎ와 ㅎㅎ와 ㅎㅎㅎ사이에서 방황하며 불확실한 의미 체계에 집착하고 괴로워하는 대신에 미술관에 나와 정성스레 디스플레이된 작품을 한 번 더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혹은 껄끄러운 상대와 실제로 얼굴을 마주 대한 채 그냥 한 번 소리 내어 하하하 웃는 것으로 이 알쏭달쏭하고 미묘하고 음흉 찝찝 꺼림직한 상황들이 실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는 어떤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OCI미술관 《ㅎㅎㅎ》 전시 전경, 2023.05.
2023.05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May.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하하하
- OCI 미술관 《ㅎㅎㅎ》전시 리뷰
한승주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AI와 자유로이 대화하는 현시점에 안착한 입장에서 이제 꽤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고민되는 문제는 스마트폰 메시지를 보낼 때 ㅋ과 ㅎ을 어떻게, 몇 개나 붙여 쓸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우선 ㅋ과 ㅎ을 선택하는 문제에 봉착하고, 일단 마음을 정하고 나면 그다음은 개수의 문제이다. ㅎ는 비웃는 것 같고, ㅎㅎ는 정 없어 보이고 ㅎㅎㅎ는 왠지 기운이 빠진다.
그런데 이 판단에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ㅋ보다 ㅎ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분 좋게 하하하 웃는다 생각하며 보낸 ㅎㅎㅎ 메시지를 받고 허탈해하는 사람도 있다. 분명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기호이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비교적 넓은 범위의 행간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OCI미술관은 어떤 의미로 전시 제목에 ‘ㅎㅎㅎ’를 붙였을까. 6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문자 기호로서 ‘ㅎㅎㅎ’에 내재된 의미의 틈을 헐렁하게 짚어낸다. 요즈음 각계에서 ‘느슨하다’는 표현이 자주 쓰이고 있지만 어쩐지 ‘ㅎㅎㅎ’전시에는 느슨하다 보다는 헐렁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ㅋㅋㅋ와 ㅎㅎㅎ가 가진 차이의 맥락과 비슷한 지점이랄까.
전시 서문에는 어려운 이론이 나열된 텍스트 대신 젊은 남녀의 실없는 대화가 적혔고, 작가별 텍스트도 ㅎㅎㅎ로 점철되었다. 어쩐지 전시를 대하는 마음가짐도 한결 가벼워졌지만 업계 종사자로서 이 수많은 ㅎㅎㅎ의 틈바구니에서 또 어떤 의미를 파악해 내야 하는 걸까 일견 머리가 뒤죽박죽 복잡해지기도 한다.
어쨌든 확실한 건 ㅎㅎㅎ 사이에서 정처를 잃고 부유하는 의미망을 현실 세계에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에 의해 시각예술 언어로 변환된 현실의 문제들은 간혹 원래의 의도와 달리 곡해되기도 하고, 때론 그 곡해가 목표가 되기도 하며, 그로써 관람객을 기만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은 어떻든 큰 상관은 없다. 작품으로 발화된 이야기들이 어디로든 가닿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건용 작가의 퍼포먼스 〈장소의 논리〉에서 작가는 직접 신체를 움직여 현실 세계에 실체를 남김으로써 산적한 문제를 단순히 정리해버린다. 그가 여기를 여기, 그리고 저기를 저기라고 말하는 순간 ㅎㅎㅎ사이로 미끄러져 떠내려가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이건 다시 말하자면, 더 이상 ㅎ와 ㅎㅎ와 ㅎㅎㅎ사이에서 방황하며 불확실한 의미 체계에 집착하고 괴로워하는 대신에 미술관에 나와 정성스레 디스플레이된 작품을 한 번 더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혹은 껄끄러운 상대와 실제로 얼굴을 마주 대한 채 그냥 한 번 소리 내어 하하하 웃는 것으로 이 알쏭달쏭하고 미묘하고 음흉 찝찝 꺼림직한 상황들이 실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는 어떤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OCI미술관 《ㅎㅎㅎ》 전시 전경, 2023.05.
2023.05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May.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