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이 무한히 교차한 흔적, 그 징후들
젤라씨
<미메시스 AP6: SIGN>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 관계 맺는 통시적 고찰을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탐색해 나가는 세 명의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전시장의 유연한 건축 동선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겹겹이 덧칠되어 두꺼운 안료로 덮여있는 캔버스들을 마주하게 된다. 색면 추상처럼 보이는 백요섭의 작품을 좀 더 바라보고 있자면 자연의 무한한 풍경이 보인다. 사면으로 절단된 캔버스 화면으로 크롭되어 보이는 그의 작업들은 그 관람자와 그림 사이의 안전한 거리를 제거함으로써 자연이 지칭하는 자연 그 자체의 풍경을 서술한다. <흔적으로 남은 시간들에 대한 실험>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작업은 죽은 고목 나무 위에 나는 이끼처럼 시작과 끝이 없는 자연의 숭고함을 깊은 시간의 터널 속으로 침잠하며 불을 밝히는 화면으로 은유하고 있다.
윤석원의 작품은 현재에 과거의 순간들을 불러온다. 그는 사회에서 시간이 지나 노화해가는—기억, 사람, 사물—모든 것에서 무한과 유한, 현실과 이상 사이의 대립을 인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과거를 향한 동경의 심리를 그려내고 있다. 작품의 화면에서는 현실적인 것을 시화하는 것을 넘어 정신과 영혼의 무한한 작용 안에서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그가 포착해내는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하지만 아는 것 같은 지나간 시간들에 무한한 의미의 해석을 열어 놓음으로써 외부의 경험을 내적인 세계로 서서히 변화시킨다. 그의 작업은 빛 바랜 사진으로서의 과거의 시간, 멈춰있는 시간이 아닌 ‘진행 되어가는’ 지나간 시간을 그려나가고 있다.
서원미는 보다 적극적으로 충돌하는 사회를 그린다. 그의 작업은 자유로운 정신이 신체에 갇힌 내면의 풍경을 담아낸다. 화면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몽환적인 환상이나 비이성적인 꿈이 아닌 현실 그 자체이기에 더 치열하다. <유령들 002>에서는 죽은 이들의 영혼이 도시의 풍경 위에 중첩된다. 작가가 과거라는 유령을 소환해 오는 이 작품은 자아와 사회와의 투쟁이 무의식적인 꿈과 현실의 결합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대립되는 가치들이 서로 통합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연적인 삶의 일부를 그려나가고자 하는 열망을 그려나가는 듯 하다.
이 세계는 그 안에 있어도, 밖에 있어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온전히 이 세상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떠한 시점을 취하는 것이 아닌 전체이자 일부이며, 불협화음으로 울리는 모두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불가능한 염원에서부터 오는 것이리라. 미메시스의 여섯 번째 아티스트프로젝트는 가늠할 수 없기에 허무한 것이 아닌 무한히 다양한 사회로 향하는 길 위에 존재하는 예술가의 어떠한 정신적 태도로 읽어볼 수 있는 전시였다. 이들의 작품은 감상자에게 즉자적인 시선이 아니라 사변적인 응시 안에서, 외부의 리얼리티를 캔버스로 소환해내는 예술가의 상징(sign) 언어를 해석하게 한다. 내면과 바깥이 무한히 교차하는 지점, 전시는 그 SIGN들의 집합체이다.
대표사진촬영_임장활
2023.0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안과 밖이 무한히 교차한 흔적, 그 징후들
젤라씨
<미메시스 AP6: SIGN>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 관계 맺는 통시적 고찰을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탐색해 나가는 세 명의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전시장의 유연한 건축 동선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겹겹이 덧칠되어 두꺼운 안료로 덮여있는 캔버스들을 마주하게 된다. 색면 추상처럼 보이는 백요섭의 작품을 좀 더 바라보고 있자면 자연의 무한한 풍경이 보인다. 사면으로 절단된 캔버스 화면으로 크롭되어 보이는 그의 작업들은 그 관람자와 그림 사이의 안전한 거리를 제거함으로써 자연이 지칭하는 자연 그 자체의 풍경을 서술한다. <흔적으로 남은 시간들에 대한 실험>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작업은 죽은 고목 나무 위에 나는 이끼처럼 시작과 끝이 없는 자연의 숭고함을 깊은 시간의 터널 속으로 침잠하며 불을 밝히는 화면으로 은유하고 있다.
윤석원의 작품은 현재에 과거의 순간들을 불러온다. 그는 사회에서 시간이 지나 노화해가는—기억, 사람, 사물—모든 것에서 무한과 유한, 현실과 이상 사이의 대립을 인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과거를 향한 동경의 심리를 그려내고 있다. 작품의 화면에서는 현실적인 것을 시화하는 것을 넘어 정신과 영혼의 무한한 작용 안에서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그가 포착해내는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하지만 아는 것 같은 지나간 시간들에 무한한 의미의 해석을 열어 놓음으로써 외부의 경험을 내적인 세계로 서서히 변화시킨다. 그의 작업은 빛 바랜 사진으로서의 과거의 시간, 멈춰있는 시간이 아닌 ‘진행 되어가는’ 지나간 시간을 그려나가고 있다.
서원미는 보다 적극적으로 충돌하는 사회를 그린다. 그의 작업은 자유로운 정신이 신체에 갇힌 내면의 풍경을 담아낸다. 화면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몽환적인 환상이나 비이성적인 꿈이 아닌 현실 그 자체이기에 더 치열하다. <유령들 002>에서는 죽은 이들의 영혼이 도시의 풍경 위에 중첩된다. 작가가 과거라는 유령을 소환해 오는 이 작품은 자아와 사회와의 투쟁이 무의식적인 꿈과 현실의 결합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대립되는 가치들이 서로 통합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연적인 삶의 일부를 그려나가고자 하는 열망을 그려나가는 듯 하다.
이 세계는 그 안에 있어도, 밖에 있어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온전히 이 세상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떠한 시점을 취하는 것이 아닌 전체이자 일부이며, 불협화음으로 울리는 모두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불가능한 염원에서부터 오는 것이리라. 미메시스의 여섯 번째 아티스트프로젝트는 가늠할 수 없기에 허무한 것이 아닌 무한히 다양한 사회로 향하는 길 위에 존재하는 예술가의 어떠한 정신적 태도로 읽어볼 수 있는 전시였다. 이들의 작품은 감상자에게 즉자적인 시선이 아니라 사변적인 응시 안에서, 외부의 리얼리티를 캔버스로 소환해내는 예술가의 상징(sign) 언어를 해석하게 한다. 내면과 바깥이 무한히 교차하는 지점, 전시는 그 SIGN들의 집합체이다.
대표사진촬영_임장활
2023.0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