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 마세요.
정재연
그 자리에 앉고 서고 포즈를 취하고. 당당하다 못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놀래 키고, 때론 저격하는 예술계 내에 조용하고도 웅장한 울림을 주는 핀란드 출신 여성 작가 리우 수시라자(lIU Susiraja, 1975- ). 그의 신체와 주변 오브제를 사용해 자화상을 찍는다. 울퉁불퉁한 살찐 신체를 이용해 진지하고도 유머를 머금은 하지만 진중한 그만의 쇼가 시작된다. 쇼를 준비하기 위한 준비물은 간단하다. 내 몸과 우리 집 배경만이 필요로 한다. 텅 빈 놀이공원이자 여유로운 공원이 되는 신기한 마법 같은 곳.
Iiu Susiraja. Lucia. 2010. Chromogenic print. 16 × 15 3/4″ (40.6 × 40 cm). Courtesy the artist, Makasiini Contemporary, and Nino Mier Gallery.
창백한 피부와 무표정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 축 늘어진 가슴, 울퉁불퉁 셀룰라이트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력적인 신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불편할 정도로 드러내고 있다. 멍한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그 응시가 화면을 뚫고 나오면 바라보고 있는 자들은 얼굴이 화끈거릴 것이다. 마치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말이다. 자기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게 하고 자기 몸을 오브제로 만들어 유머를 만들며 시간이 지나면서 목욕탕을 같이 다녀 온 친구처럼 전시를 보고 나오면 개운함까지 밀려온다. 예술 평론가 루시 리파드의 말처럼 “페미니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의 모든 지각 대상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Lippard 1995, 172) 리우는 예술의 주된 미적 가치에 관한 주장에 완전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의구심 자체를 장난기가 많고 풍자적인 경향의 자화상이 완성된 것일지도 모른다. 빗자루를 가슴 사이에 끼워 넣는 다거나, 소중한 그곳에 우산을 두고 분수로 칭하고, 맞지 않는 구두를 다리에 걸고, 늘어진 뱃살을 그릇 위에 올려놓는 등의 뼈 때리는(?) 진실 속에서 그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자의적인 방식으로 왜곡 없는 진실, 허구화된 자아가 아닌 완전한 ‘나’ 자신을 표현하는 자화상을 통해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의 능력과 자부심을 여실 없이 드러내는 것. 반대편에 서 있는 다른 나 자신이 아닌 거울 속 나 자신. 다만 평소와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내 진정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걸 그는 스스로 쏟는 ‘애정’이라고 지칭하는 듯하다. 괴짜처럼 괴상한 장난을 즐기는 당신에게 기가 막힌 선물이 되어주는 그의 작품이 나는 내심 그가 자랑스러웠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을 당신의 이야기와 생각들을 카메라는 들어주고 생각들을 붙들어 준다. 그가 만드는 시간은 허공에 그저 마음을 띄우는 일이 아닌 울림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만의 비법이었다. 좋아하는 것 그리고 잘하는 것을 꽤 화면 안에서 증명해 내는 것은 그에게 어려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범했다.
아파트 실내 공간에선 내가 주인공이 된다. 그저 식탁보, 우산, 핫도그, 바나나, 물고기, 충전기, 눈에 보이는, 근데 기억도 없이 차지했던 물건들은 그의 무대로 선다. 어떤 물건이 나에게 오는 것이라고 믿는가? 집에 있는 그 물건은 그 자신을 표현한다. 그 물건이 결국은 나와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동료이자 가족인 셈이다. 눈길과 손길이 닿고 서로 같은 공간에서 생각하고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그의 침대에서 바나나와 함께 소통하고자 하는 그녀의 엉뚱한 상상, 신체 한 부분을 충전하거나, 맞지 않는 구두를 자기 다리에 테이프로 고정한 그런 ‘웃픈 상황’ 말이다. 피상적인 나르시시즘이 아닌 솔직하고 객관적인 자기 탐구 속에서 탄생한 그의 자화상은 일종의 심리를 읽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나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도 물질적인 근거로서 ‘나의 몸’은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사회적인 미적 가치에 대한 문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성 미술가로서 경험과 속박을 이야기 한다기보다는 그의 신체에 주목하기에 앞서 무엇을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계속해서 발굴해 나갈 가능성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작품에 드러나는 가볍고도 평온한 일상의 삶에서 마주치는 사건과 행동에 관한 묘사와 연출은 주제의 극화가 아닌 체험 자체의 미학이다. 따라서 그의 몸을 둘러싼 사회 인식, 담론, 이데올로기에 대해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새로운 개념의 주체성을 정립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정체성 따위의 이야기엔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아 보인다. 다른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그건 티끌 같은 존재이기에 무너지지않고 작가로서 꽃을 피워 내는 것일 거다.
그의 사진 작품의 첫 대면이 어색함과 추함이었는가? 속으로 ‘살을 왜 안 빼는 거지? 뭐가 저렇게 당당하지? 라고, 생각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여전히 그의 몸에 더 집중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의 몸은 사진 속 물건 중 하나에 속할 뿐이고,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인간일 뿐이다. 그녀가 하는 활동보다 그 속에 드러난 감각적 연출, 느슨한 하루,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일정한 리듬, 거슬리지 않는 삶의 패턴에 대한 미적 관심을 가지자. 불편함과 부끄러움을 미적 환기로 이끌고, 일상적이고 현실을 담은 찰나를 통해 우리는 어떤 것을 변화시키고, 제거하고, 조작하고, 수집하고, 감추고, 드러내야 하는지 탐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주변 관계 속에서 변해가고 새롭게 규정되는 내가 아닌 나가 아닌 진정한 나를 찾아보자. 그에게 자기 신체는 더 이상 극복해야 할 우연적 요소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갱신하는 필수적 요건이 되었다.
그날, 그 작품을 본 순간, 나는 그의 편이 된다.
모두가 모두의 찰나를 주워 담자고. 당장 옆에 있는 물건을 들어 사진 한 장을 찍어보자. 하나,둘 셋!
Iiu Susiraja. Functional communication. 2012. Chromogenic print. 20 x 30″ (50.8 x 76.2 cm). Courtesy the artist, Makasiini Contemporary, and Nino Mier Gallery.
Iiu Susiraja. Fountain. 2021. Chromogenic print. 38 x 26 in. (96.52 x 66 cm). Courtesy the artist, Makasiini Contemporary, and Nino Mier Gallery.
Iiu Susiraja. Happy meal. 2011. Chromogenic print. 15 3/4 x 10 1/2″ (40 x 26.7 cm). Courtesy the artist, Makasiini Contemporary, and Nino Mier Gallery.
Iiu Susiraja. Happy Valentine’s Day (Big Heart). 2022. Chromogenic print. 13 x 20″ (33 x 50.8 cm). Courtesy the artist, Makasiini Contemporary, and Nino Mier Gallery.
*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 PS1(MoMA PS1)에서 전시되고 있는 핀란드 출신 여성 작가 리우 수시라자(lIU Susiraja, 1975- ) 개인전은 2023 4월 20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행된다.
The images on this site may be used only for non-commercial editorial press purposes in conjunction with MoMA's current exhibitions, programs, building, and news announcements, as well as hightlights from MoMA's collection and MoMA PS1 exhibitions.
Iiu Susiraja:A style called a dead fish April 20–September 4, 2023, MoMA PS1
2023.0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불편해 마세요.
정재연
그 자리에 앉고 서고 포즈를 취하고. 당당하다 못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놀래 키고, 때론 저격하는 예술계 내에 조용하고도 웅장한 울림을 주는 핀란드 출신 여성 작가 리우 수시라자(lIU Susiraja, 1975- ). 그의 신체와 주변 오브제를 사용해 자화상을 찍는다. 울퉁불퉁한 살찐 신체를 이용해 진지하고도 유머를 머금은 하지만 진중한 그만의 쇼가 시작된다. 쇼를 준비하기 위한 준비물은 간단하다. 내 몸과 우리 집 배경만이 필요로 한다. 텅 빈 놀이공원이자 여유로운 공원이 되는 신기한 마법 같은 곳.
Iiu Susiraja. Lucia. 2010. Chromogenic print. 16 × 15 3/4″ (40.6 × 40 cm). Courtesy the artist, Makasiini Contemporary, and Nino Mier Gallery.
창백한 피부와 무표정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 축 늘어진 가슴, 울퉁불퉁 셀룰라이트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력적인 신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불편할 정도로 드러내고 있다. 멍한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그 응시가 화면을 뚫고 나오면 바라보고 있는 자들은 얼굴이 화끈거릴 것이다. 마치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말이다. 자기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게 하고 자기 몸을 오브제로 만들어 유머를 만들며 시간이 지나면서 목욕탕을 같이 다녀 온 친구처럼 전시를 보고 나오면 개운함까지 밀려온다. 예술 평론가 루시 리파드의 말처럼 “페미니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의 모든 지각 대상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Lippard 1995, 172) 리우는 예술의 주된 미적 가치에 관한 주장에 완전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의구심 자체를 장난기가 많고 풍자적인 경향의 자화상이 완성된 것일지도 모른다. 빗자루를 가슴 사이에 끼워 넣는 다거나, 소중한 그곳에 우산을 두고 분수로 칭하고, 맞지 않는 구두를 다리에 걸고, 늘어진 뱃살을 그릇 위에 올려놓는 등의 뼈 때리는(?) 진실 속에서 그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자의적인 방식으로 왜곡 없는 진실, 허구화된 자아가 아닌 완전한 ‘나’ 자신을 표현하는 자화상을 통해 자신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의 능력과 자부심을 여실 없이 드러내는 것. 반대편에 서 있는 다른 나 자신이 아닌 거울 속 나 자신. 다만 평소와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내 진정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걸 그는 스스로 쏟는 ‘애정’이라고 지칭하는 듯하다. 괴짜처럼 괴상한 장난을 즐기는 당신에게 기가 막힌 선물이 되어주는 그의 작품이 나는 내심 그가 자랑스러웠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을 당신의 이야기와 생각들을 카메라는 들어주고 생각들을 붙들어 준다. 그가 만드는 시간은 허공에 그저 마음을 띄우는 일이 아닌 울림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만의 비법이었다. 좋아하는 것 그리고 잘하는 것을 꽤 화면 안에서 증명해 내는 것은 그에게 어려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범했다.
아파트 실내 공간에선 내가 주인공이 된다. 그저 식탁보, 우산, 핫도그, 바나나, 물고기, 충전기, 눈에 보이는, 근데 기억도 없이 차지했던 물건들은 그의 무대로 선다. 어떤 물건이 나에게 오는 것이라고 믿는가? 집에 있는 그 물건은 그 자신을 표현한다. 그 물건이 결국은 나와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동료이자 가족인 셈이다. 눈길과 손길이 닿고 서로 같은 공간에서 생각하고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그의 침대에서 바나나와 함께 소통하고자 하는 그녀의 엉뚱한 상상, 신체 한 부분을 충전하거나, 맞지 않는 구두를 자기 다리에 테이프로 고정한 그런 ‘웃픈 상황’ 말이다. 피상적인 나르시시즘이 아닌 솔직하고 객관적인 자기 탐구 속에서 탄생한 그의 자화상은 일종의 심리를 읽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나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도 물질적인 근거로서 ‘나의 몸’은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사회적인 미적 가치에 대한 문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성 미술가로서 경험과 속박을 이야기 한다기보다는 그의 신체에 주목하기에 앞서 무엇을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계속해서 발굴해 나갈 가능성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작품에 드러나는 가볍고도 평온한 일상의 삶에서 마주치는 사건과 행동에 관한 묘사와 연출은 주제의 극화가 아닌 체험 자체의 미학이다. 따라서 그의 몸을 둘러싼 사회 인식, 담론, 이데올로기에 대해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새로운 개념의 주체성을 정립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정체성 따위의 이야기엔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아 보인다. 다른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그건 티끌 같은 존재이기에 무너지지않고 작가로서 꽃을 피워 내는 것일 거다.
그의 사진 작품의 첫 대면이 어색함과 추함이었는가? 속으로 ‘살을 왜 안 빼는 거지? 뭐가 저렇게 당당하지? 라고, 생각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여전히 그의 몸에 더 집중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의 몸은 사진 속 물건 중 하나에 속할 뿐이고,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인간일 뿐이다. 그녀가 하는 활동보다 그 속에 드러난 감각적 연출, 느슨한 하루,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일정한 리듬, 거슬리지 않는 삶의 패턴에 대한 미적 관심을 가지자. 불편함과 부끄러움을 미적 환기로 이끌고, 일상적이고 현실을 담은 찰나를 통해 우리는 어떤 것을 변화시키고, 제거하고, 조작하고, 수집하고, 감추고, 드러내야 하는지 탐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주변 관계 속에서 변해가고 새롭게 규정되는 내가 아닌 나가 아닌 진정한 나를 찾아보자. 그에게 자기 신체는 더 이상 극복해야 할 우연적 요소가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갱신하는 필수적 요건이 되었다.
그날, 그 작품을 본 순간, 나는 그의 편이 된다.
모두가 모두의 찰나를 주워 담자고. 당장 옆에 있는 물건을 들어 사진 한 장을 찍어보자. 하나,둘 셋!
Iiu Susiraja. Functional communication. 2012. Chromogenic print. 20 x 30″ (50.8 x 76.2 cm). Courtesy the artist, Makasiini Contemporary, and Nino Mier Gallery.
Iiu Susiraja. Fountain. 2021. Chromogenic print. 38 x 26 in. (96.52 x 66 cm). Courtesy the artist, Makasiini Contemporary, and Nino Mier Gallery.
Iiu Susiraja. Happy meal. 2011. Chromogenic print. 15 3/4 x 10 1/2″ (40 x 26.7 cm). Courtesy the artist, Makasiini Contemporary, and Nino Mier Gallery.
Iiu Susiraja. Happy Valentine’s Day (Big Heart). 2022. Chromogenic print. 13 x 20″ (33 x 50.8 cm). Courtesy the artist, Makasiini Contemporary, and Nino Mier Gallery.
*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 PS1(MoMA PS1)에서 전시되고 있는 핀란드 출신 여성 작가 리우 수시라자(lIU Susiraja, 1975- ) 개인전은 2023 4월 20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행된다.
The images on this site may be used only for non-commercial editorial press purposes in conjunction with MoMA's current exhibitions, programs, building, and news announcements, as well as hightlights from MoMA's collection and MoMA PS1 exhibitions.
Iiu Susiraja:A style called a dead fish April 20–September 4, 2023, MoMA PS1
2023.06 ACK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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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23, Published by 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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