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시를 매일 보는 사람
정희라
한 달 넘게 진행되는 한 전시를 누구보다 많이 관람하는 사람은 그 전시 공간/기관에 출근하는 기획자일 수 있다. 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전시 <MIMESIS AP6: SIGN>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처음 소개하면서 회화 총 77점이라고 말하였지만, 세 연작을 한 벽면에 설치하였다 하여 103점에 달하는 작품 세계를 하나의 작품으로 정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다시 소개하면서는 200점이 넘는 출품작, 정확히는 274점으로 정정하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백요섭, 윤석원, 서원미 작가의 작업 세계를 총망라하는 이번 전시는 관람하는 누구라도 이들의 회화 작업량에 한 번 그리고 숨 막히는 완성도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그림의 소재, 기법의 독특한 점은 첫눈에 그림을 보는 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어 특이점으로 발현되는 그림의 어떤 지점들은 그 어떤 작가를 떠올릴 때, 그리고 소개할 때 수월하게 인식하게 한다. 여기서 생각해 볼 만한 것은 특이점만으로 승부할 수 있느냐이다. 특히 시간을 두고 오래도록 그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특이점은 평이한 것이 되고, 나열되는 독특한 소재도 언젠가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번 전시에 충만한 진정성을 언급하기 위해서이다. 이 전시는 두 명의 도슨트에 의한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주중에는 하루 두 번, 주말과 공휴일에는 하루 여섯 번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관람자와 기관, 그리고 작가 사이를 중개하는 도슨트 분들의 말이 인상깊다. 그들은 변화무쌍한 것들을 빠르게 소비해가는 시대에 이렇게까지 한 길에 진심인 작가분들의 작업을 소개할 수 있어서 감동적이라고 하였다. 백요섭 작가의 빽빽하거나 느슨하게 겹겹이 쌓인 물감 층위, 윤석원 작가의 지속적이고 한결같은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 서원미 작가의 고군분투하는 붓질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가들이 작업을 대하는 태도와 그들의 삶이 느껴진다. 누군가 이번 전시에 관해 물었을 때, 작가 그들 작품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필자도 이번 전시 투어를 하게 되면 2시간은 기본이다) 많은 말들을 할 수 있겠지만, 한마디만 해본다면, “진심이요. 진심이 느껴져요.” 진정성. 시간을 들여 작품을 상대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진정성을 이길 수 있는 요소는 없을 것이다.
사진_임장활,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제공.
2023.0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한 전시를 매일 보는 사람
정희라
한 달 넘게 진행되는 한 전시를 누구보다 많이 관람하는 사람은 그 전시 공간/기관에 출근하는 기획자일 수 있다. 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전시 <MIMESIS AP6: SIGN>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처음 소개하면서 회화 총 77점이라고 말하였지만, 세 연작을 한 벽면에 설치하였다 하여 103점에 달하는 작품 세계를 하나의 작품으로 정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다시 소개하면서는 200점이 넘는 출품작, 정확히는 274점으로 정정하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백요섭, 윤석원, 서원미 작가의 작업 세계를 총망라하는 이번 전시는 관람하는 누구라도 이들의 회화 작업량에 한 번 그리고 숨 막히는 완성도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그림의 소재, 기법의 독특한 점은 첫눈에 그림을 보는 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어 특이점으로 발현되는 그림의 어떤 지점들은 그 어떤 작가를 떠올릴 때, 그리고 소개할 때 수월하게 인식하게 한다. 여기서 생각해 볼 만한 것은 특이점만으로 승부할 수 있느냐이다. 특히 시간을 두고 오래도록 그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특이점은 평이한 것이 되고, 나열되는 독특한 소재도 언젠가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번 전시에 충만한 진정성을 언급하기 위해서이다. 이 전시는 두 명의 도슨트에 의한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주중에는 하루 두 번, 주말과 공휴일에는 하루 여섯 번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관람자와 기관, 그리고 작가 사이를 중개하는 도슨트 분들의 말이 인상깊다. 그들은 변화무쌍한 것들을 빠르게 소비해가는 시대에 이렇게까지 한 길에 진심인 작가분들의 작업을 소개할 수 있어서 감동적이라고 하였다. 백요섭 작가의 빽빽하거나 느슨하게 겹겹이 쌓인 물감 층위, 윤석원 작가의 지속적이고 한결같은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 서원미 작가의 고군분투하는 붓질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가들이 작업을 대하는 태도와 그들의 삶이 느껴진다. 누군가 이번 전시에 관해 물었을 때, 작가 그들 작품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필자도 이번 전시 투어를 하게 되면 2시간은 기본이다) 많은 말들을 할 수 있겠지만, 한마디만 해본다면, “진심이요. 진심이 느껴져요.” 진정성. 시간을 들여 작품을 상대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진정성을 이길 수 있는 요소는 없을 것이다.
사진_임장활,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제공.
2023.0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