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고양아티스트 365 평론
휘-파람 속 바람-짓
정희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선임큐레이터
최인영의 <휘 파람>은 휘몰아치는 바람과 무겁게 놓인 바람-짓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람-짓은 바람의 운동감이며, 형상에 담긴 선의 기세에 따른다. 휘-파람은 바람의 줄기이자 그 흐름으로 여기에 빗댄 형상들은 자연의 모습에서 왔다.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산세와 땅과 물을 떠올리게 하는 화폭의 이미지들은 이것이 먹으로 그려진 것임을 살펴보게 하는데, 선들은 작가의 응축된 힘에 의해 거세게 끌고 나아가며 그어지다가 섬세하게 길을 만들어 가며 풀어진다.
최인영 개인전 <휘 파람> 전시 전경
최인영의 소용돌이치는 타원형과 원형은 원심력과 구심력과 같은 상반된 힘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서로 반하는 힘은 리듬을 만들고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즉흥적이고 감각적으로 전개되는 선들은 사람을 만들고, 골짜기를 만든다. 순간의 우연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정 안에서 포털은 저절로 생성된다. 포털은 최인영의 작업에서 보이는 형상을 말하기도 하지만, 작가가 경험하는 작가와 이미지가 합일된 순간을 의미하기도 할 테다. 최인영은 우연적 움직임뿐 아니라, 근거 있는 조형성을 체득하고자 타원형의 물체에 빛을 투과시키며 나오는 모양을 실험하는 드로잉 작업을 병행하면서 원형이 가지는 힘과 에너지를 보려 한다.
최인영은 이번 전시에서 천 작업, 실크스크린 작업, 동판화 작업에 이어 설치 작업을 시도하였다. 설치 방식도 작업 기법도 다양하나, 이것에 대한 방향 키는 어디까지나 작가 안에 있다. 먹이 번지는 느낌은 아크릴 물감과는 어우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최인영은 천과 작가의 움직임을 수용하는 먹과 함께 수채화 물감과 동양화 물감을 함께 쓴다. 천에 스며들어 번지는 양상에서 나타나는, 작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주는 재료들의 특질은 작업이 확장하는 방향과 맞닿는다. 최인영은 즉각적으로 작가와 함께 소용돌이치듯 움직이는 먹, 수채화 물감 외에도 다양한 동판화 기법을 활용한다. 동판화가 정지된 선을 찍어내는 것이라 본다면, 나아가는 선인 먹과는 반대 지점에 있다.
최인영은 나아가는 기세와 정지된 힘처럼 반대되는 성질이 만나게 함으로써 에너지를 뿜어낸다. 자유로운 바람과도 같은 먹의 선, 절제되고 무게감 있는 동판화의 선. 이 두 가지가 합쳐진 최인영의 드로잉은 전시장 한 벽면 가득 설치된 천에 담겨 살아있다. 먹으로 그려진 자연 형상이라는 점이 산수화를 연상시키면서도 그것과는 다른 까닭은 팔딱 뛰어오르는 정제되지 않은 선, 작가가 원하는 대로 주저함 없이 거칠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선 때문일 것이다. 섬세하면서도 무겁게 정지된 선과 거침없이 나아가는 자유로운 선이 만나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기세는 어떠한 하나에 머무르지 않고 움직이며 확장해가고자 하는 작가의 에너지가 근원이 된다.
놓이고 움직이는 바람-짓은 현상과 움직이는 주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움직이고, 멈추고, 합쳐지는 과정은 작업에서 발견하는 작가의 움직임과 일상 속에서 흘러가는 우리의 움직임을 겹쳐보게 하고 머물러 있는 장소와 시간을 환기시킨다. 어떠한 것도 정지되어 있지 않다. 기세를 가지고 변하는 힘과 집중하며 고요히 머물러 있는 힘은 연결되어 일어난다. 휘파람의 리듬처럼 부드럽게 상충되는 기운들은 뜨거운 열기의 여름과 선선한 바람의 가을이 부드럽게 이어지듯 흘러간다.
2023.1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November.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2023 고양아티스트 365 평론
휘-파람 속 바람-짓
정희라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선임큐레이터
최인영의 <휘 파람>은 휘몰아치는 바람과 무겁게 놓인 바람-짓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람-짓은 바람의 운동감이며, 형상에 담긴 선의 기세에 따른다. 휘-파람은 바람의 줄기이자 그 흐름으로 여기에 빗댄 형상들은 자연의 모습에서 왔다.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산세와 땅과 물을 떠올리게 하는 화폭의 이미지들은 이것이 먹으로 그려진 것임을 살펴보게 하는데, 선들은 작가의 응축된 힘에 의해 거세게 끌고 나아가며 그어지다가 섬세하게 길을 만들어 가며 풀어진다.
최인영 개인전 <휘 파람> 전시 전경
최인영의 소용돌이치는 타원형과 원형은 원심력과 구심력과 같은 상반된 힘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서로 반하는 힘은 리듬을 만들고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즉흥적이고 감각적으로 전개되는 선들은 사람을 만들고, 골짜기를 만든다. 순간의 우연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정 안에서 포털은 저절로 생성된다. 포털은 최인영의 작업에서 보이는 형상을 말하기도 하지만, 작가가 경험하는 작가와 이미지가 합일된 순간을 의미하기도 할 테다. 최인영은 우연적 움직임뿐 아니라, 근거 있는 조형성을 체득하고자 타원형의 물체에 빛을 투과시키며 나오는 모양을 실험하는 드로잉 작업을 병행하면서 원형이 가지는 힘과 에너지를 보려 한다.
최인영은 이번 전시에서 천 작업, 실크스크린 작업, 동판화 작업에 이어 설치 작업을 시도하였다. 설치 방식도 작업 기법도 다양하나, 이것에 대한 방향 키는 어디까지나 작가 안에 있다. 먹이 번지는 느낌은 아크릴 물감과는 어우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최인영은 천과 작가의 움직임을 수용하는 먹과 함께 수채화 물감과 동양화 물감을 함께 쓴다. 천에 스며들어 번지는 양상에서 나타나는, 작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주는 재료들의 특질은 작업이 확장하는 방향과 맞닿는다. 최인영은 즉각적으로 작가와 함께 소용돌이치듯 움직이는 먹, 수채화 물감 외에도 다양한 동판화 기법을 활용한다. 동판화가 정지된 선을 찍어내는 것이라 본다면, 나아가는 선인 먹과는 반대 지점에 있다.
최인영은 나아가는 기세와 정지된 힘처럼 반대되는 성질이 만나게 함으로써 에너지를 뿜어낸다. 자유로운 바람과도 같은 먹의 선, 절제되고 무게감 있는 동판화의 선. 이 두 가지가 합쳐진 최인영의 드로잉은 전시장 한 벽면 가득 설치된 천에 담겨 살아있다. 먹으로 그려진 자연 형상이라는 점이 산수화를 연상시키면서도 그것과는 다른 까닭은 팔딱 뛰어오르는 정제되지 않은 선, 작가가 원하는 대로 주저함 없이 거칠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선 때문일 것이다. 섬세하면서도 무겁게 정지된 선과 거침없이 나아가는 자유로운 선이 만나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기세는 어떠한 하나에 머무르지 않고 움직이며 확장해가고자 하는 작가의 에너지가 근원이 된다.
놓이고 움직이는 바람-짓은 현상과 움직이는 주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움직이고, 멈추고, 합쳐지는 과정은 작업에서 발견하는 작가의 움직임과 일상 속에서 흘러가는 우리의 움직임을 겹쳐보게 하고 머물러 있는 장소와 시간을 환기시킨다. 어떠한 것도 정지되어 있지 않다. 기세를 가지고 변하는 힘과 집중하며 고요히 머물러 있는 힘은 연결되어 일어난다. 휘파람의 리듬처럼 부드럽게 상충되는 기운들은 뜨거운 열기의 여름과 선선한 바람의 가을이 부드럽게 이어지듯 흘러간다.
2023.1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November.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