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시티
박천(시안미술관 큐레이터)
1. '우울'이라는 감정은 우리에게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정서로 자리하고 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누구라도 어떠한 이유에서든 우울감을 느끼게 되고, 우리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한다. 김채연 작가 또한 도시에 살며 이와 같은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우기(雨氣)'라는 캐릭터도 우울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대입되어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는 언제나 우울이라는 감정이 우리와 함께 도시를 배회하는데, 김채연 작가는 그동안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가운데 우울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이와 더불어 우울한 감정의 시작점인 도시의 본질에 대한 내러티브를 함께 드러낸다.
2.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상자'라는 매체이다. '유리상자'라는 특수한 전시 환경(공간)에 따라 김채연 작가는 '종이상자'를 제시하며 도시의 특수성을 드러낸다. 먼저 유리상자는 거대한 쇼케이스(showcase)이다. 일반적인 박물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인데, 관객은 내부에 있는 사물을 만질 수 없으며 오직 눈으로만 관람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사물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듯하지만 실제는 내부에 있는 사물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를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김채연 작가는 이러한 유리상자 안에 내부를 볼 수 없는 종이상자를 쌓아 두고 상자 겉면에 이미지를 그려 넣는다. 종이상자 내부에는 어떠한 사물이 있는지 관객은 가로막고 있는 유리상자로 인해 확인할 수 없다. 외부에서 내부를 보는 듯하지만 실제 내부는 보지 못하고 표면만을 볼 수 있도록 감춰두고 있다. 이렇게 김채연 작가가 제시하는 상자의 형태는 도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산업화 이후 급격히 확장된 도시를 압축하여 상징하는 형태는 육면체이다. 아니 어쩌면 상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그 의미에 더 가까울 수 있겠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활하고 있는 빌딩 혹은 아파트와 같은 건물은 공간을 활용함에 있어 최적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보여 주고 있고, 같은 이유로 다양한 사이즈의 육면체 상자(자동차, TV, 컴퓨터)가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자는 내부의 공간을 담고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있는데, 그것은 유한한 공간을 더욱 효과적으로 구성하고자 구성된 것도 있겠지만, 그것의 진의는 주체와 객체를 나누는 것에 있다. 때문에 도시의 다양한 상자들은 나의 공간과 우리의 공간 그리고 타자의 공간을 구분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된다. 다시 말해 주체와 객체를 분리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지점에서 우리는 도시에게 끊임없는 경쟁과 상호 착취를 강요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김채연 작가가 유리상자 내부에 종이상자를 쌓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이러한 도시의 풍경을 재현함에 있다.
상자의 겉면에는 우기라는 캐릭터가 상자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아니 살아내고 있는 풍경을 담고 있다. 누구의 일상을 대입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우리의 모습으로 시간에 쫓기는 모습, 일하는 모습, 휴식하는 모습 등의 다양한 장면들은 우리가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너무도 평범하고 특별할 것이 없기에 이름 붙여진 '일상'은 그 자체로 도시, 그리고 오늘날을 가리킨다. 일상은 현대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들을 지시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상을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도시에서의 사회적 가치와 존재적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일상을 증오하면서도 오히려 소속되어지고 싶어 한다. 때문에 상자에 갇혀 있는 듯한 우기의 존재가 우리에게 동질감을 주기도, 그래서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기로 대입되는 나의 모습이 잘못되지 않았음에 대한 동질과 안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기(우리)는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꾸고 희망한다.
3. '도시'의 반대 개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상에서의 일탈을 조건에 둔다면 자연이 도시의 반대 개념으로 자리하게 된다. 즉 '일상'은 곧 '현대'이며 '도시'이기 때문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통해 도달하는 곳이 바로 자연인 것이다. 유리상자 내부에 설치된 종이상자 사이에는 강아지풀, 그리고 모니터가 있고, 화면에는 자연에 몸을 기대고 있는 우기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도시에 갇혀 살고 있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을 은유한다. 우울이라는 부정적인 요소가 도시와 일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잠깐이라도 자연으로 향하는 것이 어쩌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일탈의 상징으로 가져온 강아지풀과 모니터에 그려진 자연의 형상이 실제의 자연일 수도 있겠지만, 김채연 작가는 이것을 도시의 반대적 상징체로 가져왔기에 강아지풀과 이미지는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을 우울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기호화되어 있다. 그리고 김채연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당신의 '자연'은 무엇이며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를 질문한다.
2023.1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November.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블루시티
박천(시안미술관 큐레이터)
1. '우울'이라는 감정은 우리에게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정서로 자리하고 있다. 도시에 살고 있는 누구라도 어떠한 이유에서든 우울감을 느끼게 되고, 우리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한다. 김채연 작가 또한 도시에 살며 이와 같은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우기(雨氣)'라는 캐릭터도 우울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대입되어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는 언제나 우울이라는 감정이 우리와 함께 도시를 배회하는데, 김채연 작가는 그동안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가운데 우울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이와 더불어 우울한 감정의 시작점인 도시의 본질에 대한 내러티브를 함께 드러낸다.
2.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상자'라는 매체이다. '유리상자'라는 특수한 전시 환경(공간)에 따라 김채연 작가는 '종이상자'를 제시하며 도시의 특수성을 드러낸다. 먼저 유리상자는 거대한 쇼케이스(showcase)이다. 일반적인 박물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인데, 관객은 내부에 있는 사물을 만질 수 없으며 오직 눈으로만 관람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사물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듯하지만 실제는 내부에 있는 사물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를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김채연 작가는 이러한 유리상자 안에 내부를 볼 수 없는 종이상자를 쌓아 두고 상자 겉면에 이미지를 그려 넣는다. 종이상자 내부에는 어떠한 사물이 있는지 관객은 가로막고 있는 유리상자로 인해 확인할 수 없다. 외부에서 내부를 보는 듯하지만 실제 내부는 보지 못하고 표면만을 볼 수 있도록 감춰두고 있다. 이렇게 김채연 작가가 제시하는 상자의 형태는 도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산업화 이후 급격히 확장된 도시를 압축하여 상징하는 형태는 육면체이다. 아니 어쩌면 상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그 의미에 더 가까울 수 있겠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활하고 있는 빌딩 혹은 아파트와 같은 건물은 공간을 활용함에 있어 최적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보여 주고 있고, 같은 이유로 다양한 사이즈의 육면체 상자(자동차, TV, 컴퓨터)가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자는 내부의 공간을 담고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있는데, 그것은 유한한 공간을 더욱 효과적으로 구성하고자 구성된 것도 있겠지만, 그것의 진의는 주체와 객체를 나누는 것에 있다. 때문에 도시의 다양한 상자들은 나의 공간과 우리의 공간 그리고 타자의 공간을 구분하기 위한 장치로 작동된다. 다시 말해 주체와 객체를 분리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지점에서 우리는 도시에게 끊임없는 경쟁과 상호 착취를 강요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김채연 작가가 유리상자 내부에 종이상자를 쌓아 두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이러한 도시의 풍경을 재현함에 있다.
상자의 겉면에는 우기라는 캐릭터가 상자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아니 살아내고 있는 풍경을 담고 있다. 누구의 일상을 대입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우리의 모습으로 시간에 쫓기는 모습, 일하는 모습, 휴식하는 모습 등의 다양한 장면들은 우리가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너무도 평범하고 특별할 것이 없기에 이름 붙여진 '일상'은 그 자체로 도시, 그리고 오늘날을 가리킨다. 일상은 현대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들을 지시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상을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도시에서의 사회적 가치와 존재적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일상을 증오하면서도 오히려 소속되어지고 싶어 한다. 때문에 상자에 갇혀 있는 듯한 우기의 존재가 우리에게 동질감을 주기도, 그래서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기로 대입되는 나의 모습이 잘못되지 않았음에 대한 동질과 안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기(우리)는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꾸고 희망한다.
3. '도시'의 반대 개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상에서의 일탈을 조건에 둔다면 자연이 도시의 반대 개념으로 자리하게 된다. 즉 '일상'은 곧 '현대'이며 '도시'이기 때문에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통해 도달하는 곳이 바로 자연인 것이다. 유리상자 내부에 설치된 종이상자 사이에는 강아지풀, 그리고 모니터가 있고, 화면에는 자연에 몸을 기대고 있는 우기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도시에 갇혀 살고 있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을 은유한다. 우울이라는 부정적인 요소가 도시와 일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잠깐이라도 자연으로 향하는 것이 어쩌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일탈의 상징으로 가져온 강아지풀과 모니터에 그려진 자연의 형상이 실제의 자연일 수도 있겠지만, 김채연 작가는 이것을 도시의 반대적 상징체로 가져왔기에 강아지풀과 이미지는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을 우울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기호화되어 있다. 그리고 김채연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당신의 '자연'은 무엇이며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를 질문한다.
2023.1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November. 2023,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