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가 플랫폼이 되었을 때
정희라(미메시스아트뮤지엄 수석큐레이터)
전시의 타이틀인 플랫폼(PLATFORM)은 기차역을 뜻한다.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 공간을 18개의 전시장으로 구성하여 각각을 정거장에 빗댄 이 전시는 플랫폼의 또 다른 의미-네트워크 중심의 교류와 연결의 장소라는 의미를 더욱 강조하며 이번 전시의 특수한 역할에 주목한다. 예비/신진 작가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하나의 커다란 사이트를 구축한 <플랫폼> 전시는 대구, 영남지역 미술 대학 졸업생 100명이 참여하여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 이 전시는 예비 작가들이 활동하게 될 앞으로의 미술계를 한발 앞서 경험하도록 한다. 전시와 함께 진행된 콜로키움 <자 이게 클릭이야>는 현재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선배 작가를 초청하여 작업을 지속하는 태도와 작가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이들이 추상적인 앞날이 아닌 사실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하였다. 홍보 능력부터 협업이 가능한 유연성, 그리고 기획력까지 갖춘 전천후 작가를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 얽혀 있는 현 미술계는 작가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그들의 다양한 역량을 시험한다.
교육의 연장선상에 놓인 이번 전시는 학교도 작업 성향도 다른 다양한 능력을 지닌 예비 작가들이 ‘기획 단체전 참여’라는 구체적이면서 실질적인 작가 활동을 선행하도록 하였다. 기획과 제작, 그리고 구성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이 모여 만들어지는 전시는 개인전과는 또 다른 과정을 거친다. 예술 감독이 100여 명의 작업을 살펴보며 기획한 18개의 커다란 주제 안에서 참여 작가들은 서로 협력하여 상세 주제를 잡고, 전시 글을 쓰고, 구성을 논의하는 단계를 거쳤다. 이 단계들은 개별 작업부터 분업과 협업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참여하거나 혹은 기획하게 될 모든 경우에서 겪는 일련의 과정이다. 전시에 참여한 대학은 경북대, 계명대, 대구카톨릭대, 대구대, 대구예술대, 영남대이다. 대구 영남지역 6개 미술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출품작 정보에는 특별히 대학이 표기되지 않았다. 이는 이들이 대학으로 구분되지 않고 오로지 작품으로 보이는데 기여하며, 그들 스스로도 학교에 얽매이지 않고 특정 성향으로 규정되지 않도록 이끌었다.
전시의 출품작들은 플랫폼으로서의 전시를 형성하는 대상(Object), 공간(Space), 시간(Time), 사람(Person) 네 가지 키워드로 해석하여 재논의해 볼 수 있다.
대상(Object) - <감정 퍼즐, 확장되는 조각들>, <About judgment>,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서>, <블루레이>, <불가시적 공존>, <꿈의 해석>. 시간(Time) - <환경설정>, <From memory>, <일탈의 조건>, <비욘드>. 사람(Person) - <공생共生>, <히든 플라뇌르>, <우리는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가>, <Here & Now>, <보통의 서사가 신화가 되기까지>. 공간(Space) - <Tap to visitor>, <초대: 방문>, <실험실 the lab>. 참여 작가들이 직접 참여하여 쓴 상세 주제 글들은 그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작업을 바라보며 그들의 작업이 세상 속에서 어떤 식으로 읽히기를 바라는지 엿볼 수 있다. 언제나 작업의 대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들이다.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사회와 구조 속에 놓인 우리는 시간에 따라 가치와 감정들을 기억하고 잃어버린다. 우리는 저마다의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시각과 생각을 남기곤 한다. 우리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작가의 사명이자 욕망이다. 참여 작가들은 극사실 회화, 추상 회화, 설치, 개념, 팝아트, 키치와 같은 다양한 장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형식과 맞아떨어지는 개별적인 내용은 형식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작업에 깊이를 더한다. 이들이 놓치지 않고 캐치하는 삶 속 생각들은 작업의 개념이 되어 세상에 발표된다. 이로써 관람객들의 일상은 작가들에 의해 새로워진다. 참여 작가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감각하는 다양한 방식을 전시로써 관객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작가가 대상(Object)을 바라보는 시간(Time)이 쌓인 작품은 플랫폼이 된 전시 공간(Space)를 통해 사람(Person)-우리에게 전해진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지역을 넘어서 우리나라 미술 대학의 현주소를 이야기한다. 미술 대학에서 다루어지는 거의 모든 장르와 기법이 반영된 작품들과 전시장의 기획 테마는 우리가 놓인 지금 이 시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번 전시 총괄을 맡은 박천 예술 감독은 18개의 레지던시 방에 핀 조명을 설치하여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기획 전시실로 구성한 것은 단순 나열식 전시 구성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박천 감독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이 연합 전시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지역 대학 연합 전시를 2013년에 처음 기획한 바 있다. 당시 미술 대학 학생이었던 박천 기획자가 동료 대학생들의 연합과 교류를 끌어낸 것이 이 대규모 전시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이다. 예비 작가이자 기획자였던 대학생이 10년 후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는 예술 감독이 되어 미술계를 이끌어 나가는 현상은 이 전시의 목적에 부합하며, 세대와 지역을 넘어선 교류와 연합의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대구권역 미술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작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이 연합 전시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며, 참여 작가들의 현재를 짚음으로써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인다.
2024.2.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February. 2024,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전시가 플랫폼이 되었을 때
정희라(미메시스아트뮤지엄 수석큐레이터)
전시의 타이틀인 플랫폼(PLATFORM)은 기차역을 뜻한다.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 공간을 18개의 전시장으로 구성하여 각각을 정거장에 빗댄 이 전시는 플랫폼의 또 다른 의미-네트워크 중심의 교류와 연결의 장소라는 의미를 더욱 강조하며 이번 전시의 특수한 역할에 주목한다. 예비/신진 작가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하나의 커다란 사이트를 구축한 <플랫폼> 전시는 대구, 영남지역 미술 대학 졸업생 100명이 참여하여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 이 전시는 예비 작가들이 활동하게 될 앞으로의 미술계를 한발 앞서 경험하도록 한다. 전시와 함께 진행된 콜로키움 <자 이게 클릭이야>는 현재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선배 작가를 초청하여 작업을 지속하는 태도와 작가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이들이 추상적인 앞날이 아닌 사실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하였다. 홍보 능력부터 협업이 가능한 유연성, 그리고 기획력까지 갖춘 전천후 작가를 필요로 하는 시스템이 얽혀 있는 현 미술계는 작가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그들의 다양한 역량을 시험한다.
교육의 연장선상에 놓인 이번 전시는 학교도 작업 성향도 다른 다양한 능력을 지닌 예비 작가들이 ‘기획 단체전 참여’라는 구체적이면서 실질적인 작가 활동을 선행하도록 하였다. 기획과 제작, 그리고 구성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이 모여 만들어지는 전시는 개인전과는 또 다른 과정을 거친다. 예술 감독이 100여 명의 작업을 살펴보며 기획한 18개의 커다란 주제 안에서 참여 작가들은 서로 협력하여 상세 주제를 잡고, 전시 글을 쓰고, 구성을 논의하는 단계를 거쳤다. 이 단계들은 개별 작업부터 분업과 협업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참여하거나 혹은 기획하게 될 모든 경우에서 겪는 일련의 과정이다. 전시에 참여한 대학은 경북대, 계명대, 대구카톨릭대, 대구대, 대구예술대, 영남대이다. 대구 영남지역 6개 미술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출품작 정보에는 특별히 대학이 표기되지 않았다. 이는 이들이 대학으로 구분되지 않고 오로지 작품으로 보이는데 기여하며, 그들 스스로도 학교에 얽매이지 않고 특정 성향으로 규정되지 않도록 이끌었다.
전시의 출품작들은 플랫폼으로서의 전시를 형성하는 대상(Object), 공간(Space), 시간(Time), 사람(Person) 네 가지 키워드로 해석하여 재논의해 볼 수 있다.
대상(Object) - <감정 퍼즐, 확장되는 조각들>, <About judgment>, <시선이 머무르는 곳에서>, <블루레이>, <불가시적 공존>, <꿈의 해석>. 시간(Time) - <환경설정>, <From memory>, <일탈의 조건>, <비욘드>. 사람(Person) - <공생共生>, <히든 플라뇌르>, <우리는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가>, <Here & Now>, <보통의 서사가 신화가 되기까지>. 공간(Space) - <Tap to visitor>, <초대: 방문>, <실험실 the lab>. 참여 작가들이 직접 참여하여 쓴 상세 주제 글들은 그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작업을 바라보며 그들의 작업이 세상 속에서 어떤 식으로 읽히기를 바라는지 엿볼 수 있다. 언제나 작업의 대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치들이다.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사회와 구조 속에 놓인 우리는 시간에 따라 가치와 감정들을 기억하고 잃어버린다. 우리는 저마다의 가치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시각과 생각을 남기곤 한다. 우리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작가의 사명이자 욕망이다. 참여 작가들은 극사실 회화, 추상 회화, 설치, 개념, 팝아트, 키치와 같은 다양한 장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형식과 맞아떨어지는 개별적인 내용은 형식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작업에 깊이를 더한다. 이들이 놓치지 않고 캐치하는 삶 속 생각들은 작업의 개념이 되어 세상에 발표된다. 이로써 관람객들의 일상은 작가들에 의해 새로워진다. 참여 작가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감각하는 다양한 방식을 전시로써 관객들에게 제안하고자 한다. 작가가 대상(Object)을 바라보는 시간(Time)이 쌓인 작품은 플랫폼이 된 전시 공간(Space)를 통해 사람(Person)-우리에게 전해진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지역을 넘어서 우리나라 미술 대학의 현주소를 이야기한다. 미술 대학에서 다루어지는 거의 모든 장르와 기법이 반영된 작품들과 전시장의 기획 테마는 우리가 놓인 지금 이 시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번 전시 총괄을 맡은 박천 예술 감독은 18개의 레지던시 방에 핀 조명을 설치하여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기획 전시실로 구성한 것은 단순 나열식 전시 구성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박천 감독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이 연합 전시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지역 대학 연합 전시를 2013년에 처음 기획한 바 있다. 당시 미술 대학 학생이었던 박천 기획자가 동료 대학생들의 연합과 교류를 끌어낸 것이 이 대규모 전시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이다. 예비 작가이자 기획자였던 대학생이 10년 후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는 예술 감독이 되어 미술계를 이끌어 나가는 현상은 이 전시의 목적에 부합하며, 세대와 지역을 넘어선 교류와 연합의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대구권역 미술 대학 졸업예정자들의 작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시는 이 연합 전시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며, 참여 작가들의 현재를 짚음으로써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인다.
2024.2.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February. 2024,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