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Sapiens
박천(시안미술관 큐레이터)
전영현_The imprecise body_ installation view001
1.
오늘을 표현하는 말 중에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라는 관용어구가 있다. 이 말을 해석하자면 재미있게도 세계는 ‘불완전한 세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미완의, 작성이 덜 된 것과 같은 세계라는 것을 우리는 자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진화하는 모든 것은 완전하지 못하며 완벽한 것은 이데아의 세계에만 있다는 아주 먼 옛날의 플라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인류는 고대에서부터 포스트모던의 시대를 넘어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지금의 시대로 넘어오기까지 끊임없이 이데아라는 영역을 탐구하였고, 그 또한 완전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
불완전한 자아와 불완전한 신체를 가진 상태로 불완전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지점에 전영현 작가의 작업 서사가 놓여져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피규어’는 이러한 주제를 직접적으로 관통하는 매체이다. 전영현 작가는 이 피규어에 성별과 감정 그리고 인격을 갖춘 존재로서의 인간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객체로 취급함으로써 인간성을 박탈하여 그저 사물로써 존재하게 한다. 때문에 이들은 개별적인 인간이라기보다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를 상징한다. 이로써 모종의 사물이 된 피규어는 인간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구성함과 동시에 감정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도플갱어, 05:57 min, HD1080, 3D Animation, 2023 https://youtu.be/EeDixGS1cJM
영상은 여러 요소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가둬둔다. 인간의 형상을 한 피규어의 사이코틱한 행위, 화면을 가득 채우는 무채색과 이를 압도하는 붉은 색, 심장 박동과 유사한 속도로 기묘하게 반복되는 모션, 해체되고 다시 재구성되는 신체 등의 이미지들은 불완전함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이야기를 드러낸다. 인간이 살아내며 수용할 수밖에 없는 각종 제약들, 인간과 자연의 대립과 공존, 주체와 객체 간의 공생과 각자도생 등과 같이 각각의 영상은 저마다 다른 소재로 인간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불완전함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확인한 바와 같이 세계의 불완전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더 다양한 서사로 불완전함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과 태도에서 드러나는 접근 방식은 불완전함을 포용하려는 듯이 보인다. 그것은 해체와 재구성(조립)을 토대로 하는 작업 방식에서 찾을 수 있는데, 즉 편집(수정)하는 것으로부터 연유한다.
자라나는 피, 07:00 min, HD1080, 3D Animation, 2024 https://youtu.be/-axC-sPtB1A
전영현_The imprecise body_ installation view002
전영현_The imprecise body_ installation view003
3.
현대 사회에서 ‘편집하다’라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인류가 성장해온 과정을 들여다보면 가설과 증명, 새롭게 등장하는 또 다른 가설과 같이 변증법적 구조로 발전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인류는 누구나 어떠한 정보에 대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으며, 그 정보를 편집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풀어내자면 편집 가능성은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수용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전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나타낸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절대적인 진리나 완벽한 지식에 도달할 수는 없겠지만, 편집 가능성을 통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세잔이 보여주었듯이 전통과 규범을 해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성한 뒤샹이 보여주었듯이 편집, 다시 말해 해체와 재구성은 어쩌면 예술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있어 유의미한 요소일 것이다. 전영현 작가가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 방식이 어쩌면 무의미할지라도 작가가 취하는 태도는 그가 예술가임을 그리고 예술이 해야 할 역할을 증명하고자 한다. 예술이 늘 무의미한 위치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이어온 것처럼.
전영현_The imprecise body_ installation view004
2024.4.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April. 2024,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Editorial Sapiens
박천(시안미술관 큐레이터)
전영현_The imprecise body_ installation view001
1.
오늘을 표현하는 말 중에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라는 관용어구가 있다. 이 말을 해석하자면 재미있게도 세계는 ‘불완전한 세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미완의, 작성이 덜 된 것과 같은 세계라는 것을 우리는 자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진화하는 모든 것은 완전하지 못하며 완벽한 것은 이데아의 세계에만 있다는 아주 먼 옛날의 플라톤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인류는 고대에서부터 포스트모던의 시대를 넘어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지금의 시대로 넘어오기까지 끊임없이 이데아라는 영역을 탐구하였고, 그 또한 완전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
불완전한 자아와 불완전한 신체를 가진 상태로 불완전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지점에 전영현 작가의 작업 서사가 놓여져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피규어’는 이러한 주제를 직접적으로 관통하는 매체이다. 전영현 작가는 이 피규어에 성별과 감정 그리고 인격을 갖춘 존재로서의 인간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객체로 취급함으로써 인간성을 박탈하여 그저 사물로써 존재하게 한다. 때문에 이들은 개별적인 인간이라기보다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를 상징한다. 이로써 모종의 사물이 된 피규어는 인간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구성함과 동시에 감정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도플갱어, 05:57 min, HD1080, 3D Animation, 2023 https://youtu.be/EeDixGS1cJM
영상은 여러 요소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가둬둔다. 인간의 형상을 한 피규어의 사이코틱한 행위, 화면을 가득 채우는 무채색과 이를 압도하는 붉은 색, 심장 박동과 유사한 속도로 기묘하게 반복되는 모션, 해체되고 다시 재구성되는 신체 등의 이미지들은 불완전함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이야기를 드러낸다. 인간이 살아내며 수용할 수밖에 없는 각종 제약들, 인간과 자연의 대립과 공존, 주체와 객체 간의 공생과 각자도생 등과 같이 각각의 영상은 저마다 다른 소재로 인간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불완전함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확인한 바와 같이 세계의 불완전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더 다양한 서사로 불완전함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과 태도에서 드러나는 접근 방식은 불완전함을 포용하려는 듯이 보인다. 그것은 해체와 재구성(조립)을 토대로 하는 작업 방식에서 찾을 수 있는데, 즉 편집(수정)하는 것으로부터 연유한다.
자라나는 피, 07:00 min, HD1080, 3D Animation, 2024 https://youtu.be/-axC-sPtB1A
전영현_The imprecise body_ installation view002
전영현_The imprecise body_ installation view003
3.
현대 사회에서 ‘편집하다’라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인류가 성장해온 과정을 들여다보면 가설과 증명, 새롭게 등장하는 또 다른 가설과 같이 변증법적 구조로 발전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인류는 누구나 어떠한 정보에 대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으며, 그 정보를 편집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풀어내자면 편집 가능성은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수용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전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나타낸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절대적인 진리나 완벽한 지식에 도달할 수는 없겠지만, 편집 가능성을 통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세잔이 보여주었듯이 전통과 규범을 해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성한 뒤샹이 보여주었듯이 편집, 다시 말해 해체와 재구성은 어쩌면 예술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있어 유의미한 요소일 것이다. 전영현 작가가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 방식이 어쩌면 무의미할지라도 작가가 취하는 태도는 그가 예술가임을 그리고 예술이 해야 할 역할을 증명하고자 한다. 예술이 늘 무의미한 위치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이어온 것처럼.
전영현_The imprecise body_ installation view004
2024.4.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April. 2024,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