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독해법 알려드립니다.
정재연(독립큐레이터 NYC-SEOUL)
조각을 잘 읽을 수 있는 독해법으로 절대 독해법을 소개해 드려요. 동시대미술 작품 공부는 끊임없이 해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미술계에서 종사하기 때문에 작품을 읽는 능력은 더욱더 중요한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공부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는 요즘입니다. 더욱이 개념미술[1] 같은 경우는 미술사를 전공한 저에게도 쉽지 않아요. 미술사의 사조를 알고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공부한다고 해서 다른 작가의 작품이 잘 읽히는 것 같지도 않아요. 그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죠. 사진으로 남겨 기억하기에 좋은 것들도 많잖아요. 많이 보면 그 작품 내용에 대한 경험을 고려하며 새로운 나만의 독해 방법으로 읽을 수 있는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알려드릴 동시대미술 작품 독해법의 첫 스타트는 ‘조각’입니다.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조각은 3차원의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이죠.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입체적인 작품을 구현하는 것이죠. 여기까진 모두가 아실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단순히 물질적인 형태의 조각이 아니라 공간, 질량, 표면, 빛과 그림자, 색상 등을 포함하는 복잡한 구성 요소를 다루기도 합니다.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질적 형태와 공간적 측면의 조각까지 생각하려면 와 ~ 공식은 너무 많네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가끔 전시장에서 보는 네모난 모양의 차가운 쇳덩어리를 보고 볼게 없네. 나도 공장에서 만들어 오겠네. 난해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죠. 좀 생뚱맞잖아요. 물건이나 재료만 덩그러니 올려다 두고 우리보고 이해하라고 하니 온갖 공식을 머릿속에 넣어 풀어도 답이 안 나오잖아요. 조각이라는 것이 시각적, 촉각적, 공감각적으로 그리고 요즘에는 개념적으로까지 이해해야 하니 머리가 너무 아프실 것 같네요. 그래서 요즘 동시대미술에 있어 조각 독해를 쉽게 할 수 있는 조각 독해 잘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말씀드리는 3가지만 잘 이해해도 조각 뿐만 아니라 다른 개념적 작품도 이해하기가 수월해진다는 것이에요.
전시장에만 들어서면 움츠러드는 어깨에 자신감을 조금 불어넣어 주고 싶답니다.
제가 알려드리는 독해 원리가 정답은 아니에요.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글을 읽으시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일반분들에게도 편하게 난해한 조각 작품에 한 발 더 다가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제가 최근에 뉴욕 첼시에 있는 티나킴 갤러리(Tina Kim Gallery)에서 진행하는 정서영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고 왔답니다. 이 전시는 조각가 정서영의 두 번째 개인전이라고 해요.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작업을 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추상과 구상 사이라고 묘사했어요. 제가 이해하기로는 지금 사는 우리의 삶의 현실이 때로는 비현실 같기도 하잖아요.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일어나고 일어나면 안 되는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벅찰 때도 있고요. 결국 우리는 늘 그 중간 어디쯤 위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도 하죠. ‘구상’은 말 그대로 구체적인 형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의 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고, ‘추상’은 상상 그 이상의 새로운 형태를 표현하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결국 ‘현실’, ‘비현실’과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네요. (하하) 작가는 한국의 특정 사회, 경제의 시대적 배경을 상기시키고, 각 재료의 본질적 특성을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한다고 합니다. 순간을 포착한다니요? 무슨 말인지 헷갈리시죠? 전시장에 들어서면 책상처럼 생긴 가구가 보이고 그 옆으로는 빨간색 옷이 걸려있어요. 멀리서 보면 투명 인간이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거든요. 아마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나는 어디? 여긴 누구?” 이런 멘붕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어요.
Chung Seoyoung, Sink, 2011, Sink, rock, paint, 30 3/4 x 63 3/4 x 56 3/8 inches 78 x 162 x 143 cm
Installation view of Chung Seoyoung: With no Head nor Tail (March 21—April 20, 2024) at Tina Kim Gallery. Photo by Hyunjung Rhee.
Installation view of Chung Seoyoung: With no Head nor Tail (March 21—April 20, 2024) at Tina Kim Gallery. Photo by Hyunjung Rhee.
여기서 조각 독해의 첫 단계! 바로 “보이는 형태를 보고 추측해 보라” 입니다.
그럼, 한번 같이 볼까요? 기역(ㄱ) 형태의 나무, 다리가 없어 받치고 있는 돌, 싱크대, 여러 개의 문을 보니 추측하건대 부엌에서 사용하는 싱크대와 아일랜드 식탁처럼 보이네요. 다리는 부러지고 없습니다. 그러면 누가 버렸을 수도 있겠네요. 결국 시간이 지나 쓸 수 없어 늙어버린 싱크대는 결국 그 기능과 목적을 상실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쓸모 없다고 버려진 이 나무 덩어리를 다시 약간 재배치하고 잃어버린 다리를 돌로 넣어 싱크대의 형태를 띠고 작품 제목까지 <싱크대(Sink)>(2011)인걸 보니 작가가 재해석한 작품인 것으로 보이지 않으시는 가요? 원래 있던 어떤 물건을 해체하고 다시 재배치 하는 것, 그것도 조각가가 하는 일이잖아요. 이 작품은 2011년 현대문화센터에 있던 모델하우스에 설치되어 있던 싱크대를 그대로 떼어 표면을 다듬고 재조립했다고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왜 하필 싱크대를 가지고 왔는지 말이에요.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가구 중 하나여서 그랬을까요? 요즘엔 페미니즘 이슈가 많아서 그런지 더 생각하게 되네요. 앞으로는 남성들이 부엌 가구를 사용하는 일이 더 많아지겠지요? (하하) 바로 옆에 <Red>(2024)의 작품은 마네킹에 입혀 놓은 것처럼 누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네요. 속이 텅 비어있는 껍데기 같은 옷 같네요. 실제로 2017년에 모건 라이브러리에 들렸을 때 소설가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 드레스를 보고 느꼈다고 해요. 왜냐하면 세상에서 보지 못한 사람의 옷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요. 이 옷이 다른 사람은 입지 않고 허물, 그리고 빈 껍질이 되었고 당시 상황이나 이 옷의 밀도나 쓰임이 점점 희미 해진다는 사실이요.
Chung Seoyoung, Red, 2024, Textile, badge, stainless steel wire, hanger, 24 7/8 x 18 1/2 x 9 7/8 inches 63.2 x 47 x 25.1 cm (사진제공: 티나킴 갤러리)
여기서 두 번째! 단계 “내 앞에 있는 물체나 형상에 대해 나의 경험이나 생각을 이입해 보자” 입니다.
앞에 있는 대상에 대한 나의 경험 즉, 우리 엄마가 비슷한 옷을 입었는데 혹은 키나 몸이 매우 크네, 정도죠. 그 후에 내 생각을 이입해 보면 빨간색 옷이 더 몸을 작게 보이게 해줄까? 빨간색이면 정치와 관련이 있을까? 이 옷은 이제 어떻게 다시 입지? 까지 생각하면 이제 이 옷은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에 의해 옷에 대한 본질을 자꾸 찾으려고 하는 과정을 거치죠. 이 지점이 바로 작가가 우리와 작품을 연결해 주는 지점이라는 거예요. 조각가가 어떤 형상을 ‘재조합’, ‘재배열’하는 것이 또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데 우리가 말하는 목소리 같다는 거예요. 우리가 하나의 단어를 가지고 여러 가지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면 의미도 달라지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잖아요?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좀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겠죠? 정서영 작가는 그래서 언어를 조각하기도 한답니다. 언어를 조각하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언어로 표현해도 우리가 가끔 답답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손다, 발짓을 사용해 마음을 표현할 때가 있죠. <Deep Sea and Thick Wall>(2024) 살펴볼까요? ‘깊은 바다와 두꺼운 벽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같은 일이지’ 참으로 시적인 표현이에요. 깊은 바다를 우린 절대로 들여다볼 수 없지요? 어떤 풍경이나 흘러 지나간 추억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깊은 바닷속을 들여다 보는 만큼 추억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우리는 벽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죠. 벽 안이 얼마나 두꺼운지 깊은지 헤아릴 수 없지요. 우리의 찬란함이 깊은 곳에 숨어 있을 때도 있잖아요. 먼지 쌓인 상자 안에 모아둔 사진을 보듯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면 깊은 곳에 있는 그 무엇을 끄집어 내는 건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정서영 작가님은 여러 의미로 뒤에 가짜 식물을 두었을 것 같네요. 이사하기 전 허물었던 벽 뒤에 나무를 기억하는지. 아니면 사람의 마음이 너무 깊어 들여다 볼 수 없음을 말하는지 말이죠. 저도 가끔 비 오는 날 바닥에 눈을 감고 누워 멈춰 있다 보면 바다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거든요. 뭐. 그런 의미일 수도 있고요. 각자 생각하는 두꺼운 벽 혹은 깊은 바닷속처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진실이 있는지 생각게 하는 작품이네요.
Chung Seoyoung, Deep Sea and Thick Wall, 2024 Silkscreen on wooden plate, wood, artificial plant, 93 1/8 x 71 x 40 inches 236.5 x 180.3 x 101.6 cm (사진제공: 티나킴 갤러리)
Installation view of Chung Seoyoung: With no Head nor Tail (March 21—April 20, 2024) at Tina Kim Gallery. Photo by Charles Roussel
Installation view of Chung Seoyoung: With no Head nor Tail (March 21—April 20, 2024) at Tina Kim Gallery. Photo by Charles Roussel
여기서 마지막 세 번째! “보이는 것 그 너머를 상상하고 비유하기”입니다.
우리가 머릿속에 관념이나 이념 그리고 정해진 사회규범이나 제도처럼 틀에 박힌 생각을 과감히 버리라는 거예요. 아무래도 어렵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학습된 지식을 규범으로 정해 놓고 그 틀 안에서 사람들을 판단하고 자신을 가두기도 하죠. 그리고 단어가 의미하는 본래 의미와 앞에 놓인 조각 작품과 함께 연결해 생각해 보는 거예요. 그리고 비유도 해보죠. 여러분 앞에 예쁜 꽃이 피어 있어요. 그럼 ‘봄’ 혹은 ‘엄마’가 될 수 있죠. ‘봄’은 꽃이 피니 봄이 다가왔다는 뜻이 되겠지요? 그럼 ‘엄마’는 비유 에요. 엄마가 좋아하는 꽃, 엄마와 닮은 꽃이 될 수 있다는 점이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에 따라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유연한 시선을 던져보는 것이지요. 물론 작품이니 사회, 정치적인 경계 안에서 개인과 집단, 제도와 권력의 문제를 담고 있기도 해요. 그럼 <커다란 복숭아뼈가 보라색으로 빛난다(A Chunk of Ankle Bone)>(2023)을 한번 살펴볼까요? 먼저 ‘보라색으로 빛난다’에서 보라색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저는 몸에 든 멍 자국이 생각나네요. 복숭아뼈는 발목과 종아리 사이에 위치한 볼록 튀어나온 뼈입니다. 복숭아뼈는 발목을 움직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복숭아뼈가 부으면 발목을 움직이는데 어려움을 겪고 걷기도 힘들어집니다. 아무래도 힘든 노동 혹은 어떤 충격에 의해 발목에 멍이 들었다는 것 같네요. 그럼 정서영 작가의 작품이 주로 1990년대 대한민국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시대 변동에 대해 다루는 작품이 있다 보니 사회적 약자에 대한 표현을 언어로 표현한 것 같기도 하네요. 아니면 누가 무력을 행사한 모습을 보고 작품으로 승화시켰거나요. 보이는 것 그 이상을 자꾸 상상하게 되지 않나요?
오늘 알려드린 조각 독해법 3가지 기억나시죠?
1. 보이는 형태를 보고 추측해 보기
2. 내 앞에 있는 물체나 형상에 대해 나의 경험이나 생각을 이입해 보기
3. 보이는 것 그 너머를 상상하고 비유하기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전시장 안에서 멘붕 올 일은 없겠죠? 미술관에 가서 보면 사람들이 작품 앞에서 오래 서서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셨을 거예요. 그 모습 보고 항상 부럽거나, 무엇을 그렇게 골똘히 볼까?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이제 더욱 조각 언어에 눈 뜰 수 있겠죠?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시작이라고 하잖아요. (헤헤) 사실 요즘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문도 많이 읽고 책도 많이 읽다 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답니다. 스마트폰을 내려 놓으시고 오늘 하루 집에 있는 책 한 권을 꺼내 읽어보시는 거 어떨까요? 같은 주제로 여러 번 글을 써보기도 추천해 드립니다. (꾸벅)
요즘 조각의 근황이 궁금하세요? 그렇다면 뉴욕 첼시에 위치한 티나킴 갤러리 전시를 추천해 드립니다.
정서영 With no Head nor Tail (머리도 꼬리도 없는)
3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525 West 21st Street New York
입장료 무료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https://tinakimgallery.com/
[1] 종래의 예술에 대한 관념을 외면하고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미술적 제작태도를 가리킨다. 사소하거나 심오한 것, 사실이거나 추상적인 그 어느 것도 가리지 않는다. 한정된 주제와 꾸며낸 조형이 아니라 가능성의 전달을 의도한다. 따라서 작품은 조형물의 결과에서가 아니라 거기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은 미술가의 관념에서 우러나온 가치성에서 찾아야 한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감상자는 메티에(métier:전문적 또는 특이한 기법) ·마티에르(matière)를 부정한 작품 또는 작품의 흔적을 대하면서 거기에서 작가가 추구한 과정 또는 관념을 찾아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개념미술 [conceptual art, 槪念美術]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2024.4.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April. 2024,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조각의 독해법 알려드립니다.
정재연(독립큐레이터 NYC-SEOUL)
조각을 잘 읽을 수 있는 독해법으로 절대 독해법을 소개해 드려요. 동시대미술 작품 공부는 끊임없이 해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미술계에서 종사하기 때문에 작품을 읽는 능력은 더욱더 중요한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공부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는 요즘입니다. 더욱이 개념미술[1] 같은 경우는 미술사를 전공한 저에게도 쉽지 않아요. 미술사의 사조를 알고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공부한다고 해서 다른 작가의 작품이 잘 읽히는 것 같지도 않아요. 그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죠. 사진으로 남겨 기억하기에 좋은 것들도 많잖아요. 많이 보면 그 작품 내용에 대한 경험을 고려하며 새로운 나만의 독해 방법으로 읽을 수 있는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알려드릴 동시대미술 작품 독해법의 첫 스타트는 ‘조각’입니다.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조각은 3차원의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이죠.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입체적인 작품을 구현하는 것이죠. 여기까진 모두가 아실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단순히 물질적인 형태의 조각이 아니라 공간, 질량, 표면, 빛과 그림자, 색상 등을 포함하는 복잡한 구성 요소를 다루기도 합니다.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질적 형태와 공간적 측면의 조각까지 생각하려면 와 ~ 공식은 너무 많네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가끔 전시장에서 보는 네모난 모양의 차가운 쇳덩어리를 보고 볼게 없네. 나도 공장에서 만들어 오겠네. 난해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죠. 좀 생뚱맞잖아요. 물건이나 재료만 덩그러니 올려다 두고 우리보고 이해하라고 하니 온갖 공식을 머릿속에 넣어 풀어도 답이 안 나오잖아요. 조각이라는 것이 시각적, 촉각적, 공감각적으로 그리고 요즘에는 개념적으로까지 이해해야 하니 머리가 너무 아프실 것 같네요. 그래서 요즘 동시대미술에 있어 조각 독해를 쉽게 할 수 있는 조각 독해 잘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솔직히 말하면 제가 말씀드리는 3가지만 잘 이해해도 조각 뿐만 아니라 다른 개념적 작품도 이해하기가 수월해진다는 것이에요.
전시장에만 들어서면 움츠러드는 어깨에 자신감을 조금 불어넣어 주고 싶답니다.
제가 알려드리는 독해 원리가 정답은 아니에요.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이 글을 읽으시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일반분들에게도 편하게 난해한 조각 작품에 한 발 더 다가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제가 최근에 뉴욕 첼시에 있는 티나킴 갤러리(Tina Kim Gallery)에서 진행하는 정서영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고 왔답니다. 이 전시는 조각가 정서영의 두 번째 개인전이라고 해요.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작업을 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추상과 구상 사이라고 묘사했어요. 제가 이해하기로는 지금 사는 우리의 삶의 현실이 때로는 비현실 같기도 하잖아요.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일어나고 일어나면 안 되는 일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벅찰 때도 있고요. 결국 우리는 늘 그 중간 어디쯤 위치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도 하죠. ‘구상’은 말 그대로 구체적인 형태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의 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고, ‘추상’은 상상 그 이상의 새로운 형태를 표현하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결국 ‘현실’, ‘비현실’과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네요. (하하) 작가는 한국의 특정 사회, 경제의 시대적 배경을 상기시키고, 각 재료의 본질적 특성을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한다고 합니다. 순간을 포착한다니요? 무슨 말인지 헷갈리시죠? 전시장에 들어서면 책상처럼 생긴 가구가 보이고 그 옆으로는 빨간색 옷이 걸려있어요. 멀리서 보면 투명 인간이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거든요. 아마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나는 어디? 여긴 누구?” 이런 멘붕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어요.
Chung Seoyoung, Sink, 2011, Sink, rock, paint, 30 3/4 x 63 3/4 x 56 3/8 inches 78 x 162 x 143 cm
Installation view of Chung Seoyoung: With no Head nor Tail (March 21—April 20, 2024) at Tina Kim Gallery. Photo by Hyunjung Rhee.
Installation view of Chung Seoyoung: With no Head nor Tail (March 21—April 20, 2024) at Tina Kim Gallery. Photo by Hyunjung Rhee.
여기서 조각 독해의 첫 단계! 바로 “보이는 형태를 보고 추측해 보라” 입니다.
그럼, 한번 같이 볼까요? 기역(ㄱ) 형태의 나무, 다리가 없어 받치고 있는 돌, 싱크대, 여러 개의 문을 보니 추측하건대 부엌에서 사용하는 싱크대와 아일랜드 식탁처럼 보이네요. 다리는 부러지고 없습니다. 그러면 누가 버렸을 수도 있겠네요. 결국 시간이 지나 쓸 수 없어 늙어버린 싱크대는 결국 그 기능과 목적을 상실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쓸모 없다고 버려진 이 나무 덩어리를 다시 약간 재배치하고 잃어버린 다리를 돌로 넣어 싱크대의 형태를 띠고 작품 제목까지 <싱크대(Sink)>(2011)인걸 보니 작가가 재해석한 작품인 것으로 보이지 않으시는 가요? 원래 있던 어떤 물건을 해체하고 다시 재배치 하는 것, 그것도 조각가가 하는 일이잖아요. 이 작품은 2011년 현대문화센터에 있던 모델하우스에 설치되어 있던 싱크대를 그대로 떼어 표면을 다듬고 재조립했다고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왜 하필 싱크대를 가지고 왔는지 말이에요.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가구 중 하나여서 그랬을까요? 요즘엔 페미니즘 이슈가 많아서 그런지 더 생각하게 되네요. 앞으로는 남성들이 부엌 가구를 사용하는 일이 더 많아지겠지요? (하하) 바로 옆에 <Red>(2024)의 작품은 마네킹에 입혀 놓은 것처럼 누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네요. 속이 텅 비어있는 껍데기 같은 옷 같네요. 실제로 2017년에 모건 라이브러리에 들렸을 때 소설가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 드레스를 보고 느꼈다고 해요. 왜냐하면 세상에서 보지 못한 사람의 옷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요. 이 옷이 다른 사람은 입지 않고 허물, 그리고 빈 껍질이 되었고 당시 상황이나 이 옷의 밀도나 쓰임이 점점 희미 해진다는 사실이요.
Chung Seoyoung, Red, 2024, Textile, badge, stainless steel wire, hanger, 24 7/8 x 18 1/2 x 9 7/8 inches 63.2 x 47 x 25.1 cm (사진제공: 티나킴 갤러리)
여기서 두 번째! 단계 “내 앞에 있는 물체나 형상에 대해 나의 경험이나 생각을 이입해 보자” 입니다.
앞에 있는 대상에 대한 나의 경험 즉, 우리 엄마가 비슷한 옷을 입었는데 혹은 키나 몸이 매우 크네, 정도죠. 그 후에 내 생각을 이입해 보면 빨간색 옷이 더 몸을 작게 보이게 해줄까? 빨간색이면 정치와 관련이 있을까? 이 옷은 이제 어떻게 다시 입지? 까지 생각하면 이제 이 옷은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에 의해 옷에 대한 본질을 자꾸 찾으려고 하는 과정을 거치죠. 이 지점이 바로 작가가 우리와 작품을 연결해 주는 지점이라는 거예요. 조각가가 어떤 형상을 ‘재조합’, ‘재배열’하는 것이 또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데 우리가 말하는 목소리 같다는 거예요. 우리가 하나의 단어를 가지고 여러 가지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면 의미도 달라지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잖아요?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좀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겠죠? 정서영 작가는 그래서 언어를 조각하기도 한답니다. 언어를 조각하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언어로 표현해도 우리가 가끔 답답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손다, 발짓을 사용해 마음을 표현할 때가 있죠. <Deep Sea and Thick Wall>(2024) 살펴볼까요? ‘깊은 바다와 두꺼운 벽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같은 일이지’ 참으로 시적인 표현이에요. 깊은 바다를 우린 절대로 들여다볼 수 없지요? 어떤 풍경이나 흘러 지나간 추억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깊은 바닷속을 들여다 보는 만큼 추억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요. 우리는 벽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죠. 벽 안이 얼마나 두꺼운지 깊은지 헤아릴 수 없지요. 우리의 찬란함이 깊은 곳에 숨어 있을 때도 있잖아요. 먼지 쌓인 상자 안에 모아둔 사진을 보듯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면 깊은 곳에 있는 그 무엇을 끄집어 내는 건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정서영 작가님은 여러 의미로 뒤에 가짜 식물을 두었을 것 같네요. 이사하기 전 허물었던 벽 뒤에 나무를 기억하는지. 아니면 사람의 마음이 너무 깊어 들여다 볼 수 없음을 말하는지 말이죠. 저도 가끔 비 오는 날 바닥에 눈을 감고 누워 멈춰 있다 보면 바다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거든요. 뭐. 그런 의미일 수도 있고요. 각자 생각하는 두꺼운 벽 혹은 깊은 바닷속처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진실이 있는지 생각게 하는 작품이네요.
Chung Seoyoung, Deep Sea and Thick Wall, 2024 Silkscreen on wooden plate, wood, artificial plant, 93 1/8 x 71 x 40 inches 236.5 x 180.3 x 101.6 cm (사진제공: 티나킴 갤러리)
Installation view of Chung Seoyoung: With no Head nor Tail (March 21—April 20, 2024) at Tina Kim Gallery. Photo by Charles Roussel
Installation view of Chung Seoyoung: With no Head nor Tail (March 21—April 20, 2024) at Tina Kim Gallery. Photo by Charles Roussel
여기서 마지막 세 번째! “보이는 것 그 너머를 상상하고 비유하기”입니다.
우리가 머릿속에 관념이나 이념 그리고 정해진 사회규범이나 제도처럼 틀에 박힌 생각을 과감히 버리라는 거예요. 아무래도 어렵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학습된 지식을 규범으로 정해 놓고 그 틀 안에서 사람들을 판단하고 자신을 가두기도 하죠. 그리고 단어가 의미하는 본래 의미와 앞에 놓인 조각 작품과 함께 연결해 생각해 보는 거예요. 그리고 비유도 해보죠. 여러분 앞에 예쁜 꽃이 피어 있어요. 그럼 ‘봄’ 혹은 ‘엄마’가 될 수 있죠. ‘봄’은 꽃이 피니 봄이 다가왔다는 뜻이 되겠지요? 그럼 ‘엄마’는 비유 에요. 엄마가 좋아하는 꽃, 엄마와 닮은 꽃이 될 수 있다는 점이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에 따라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유연한 시선을 던져보는 것이지요. 물론 작품이니 사회, 정치적인 경계 안에서 개인과 집단, 제도와 권력의 문제를 담고 있기도 해요. 그럼 <커다란 복숭아뼈가 보라색으로 빛난다(A Chunk of Ankle Bone)>(2023)을 한번 살펴볼까요? 먼저 ‘보라색으로 빛난다’에서 보라색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저는 몸에 든 멍 자국이 생각나네요. 복숭아뼈는 발목과 종아리 사이에 위치한 볼록 튀어나온 뼈입니다. 복숭아뼈는 발목을 움직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복숭아뼈가 부으면 발목을 움직이는데 어려움을 겪고 걷기도 힘들어집니다. 아무래도 힘든 노동 혹은 어떤 충격에 의해 발목에 멍이 들었다는 것 같네요. 그럼 정서영 작가의 작품이 주로 1990년대 대한민국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시대 변동에 대해 다루는 작품이 있다 보니 사회적 약자에 대한 표현을 언어로 표현한 것 같기도 하네요. 아니면 누가 무력을 행사한 모습을 보고 작품으로 승화시켰거나요. 보이는 것 그 이상을 자꾸 상상하게 되지 않나요?
오늘 알려드린 조각 독해법 3가지 기억나시죠?
1. 보이는 형태를 보고 추측해 보기
2. 내 앞에 있는 물체나 형상에 대해 나의 경험이나 생각을 이입해 보기
3. 보이는 것 그 너머를 상상하고 비유하기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전시장 안에서 멘붕 올 일은 없겠죠? 미술관에 가서 보면 사람들이 작품 앞에서 오래 서서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셨을 거예요. 그 모습 보고 항상 부럽거나, 무엇을 그렇게 골똘히 볼까?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이제 더욱 조각 언어에 눈 뜰 수 있겠죠?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시작이라고 하잖아요. (헤헤) 사실 요즘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문도 많이 읽고 책도 많이 읽다 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답니다. 스마트폰을 내려 놓으시고 오늘 하루 집에 있는 책 한 권을 꺼내 읽어보시는 거 어떨까요? 같은 주제로 여러 번 글을 써보기도 추천해 드립니다. (꾸벅)
요즘 조각의 근황이 궁금하세요? 그렇다면 뉴욕 첼시에 위치한 티나킴 갤러리 전시를 추천해 드립니다.
정서영 With no Head nor Tail (머리도 꼬리도 없는)
3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525 West 21st Street New York
입장료 무료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https://tinakimgallery.com/
[1] 종래의 예술에 대한 관념을 외면하고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미술적 제작태도를 가리킨다. 사소하거나 심오한 것, 사실이거나 추상적인 그 어느 것도 가리지 않는다. 한정된 주제와 꾸며낸 조형이 아니라 가능성의 전달을 의도한다. 따라서 작품은 조형물의 결과에서가 아니라 거기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은 미술가의 관념에서 우러나온 가치성에서 찾아야 한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감상자는 메티에(métier:전문적 또는 특이한 기법) ·마티에르(matière)를 부정한 작품 또는 작품의 흔적을 대하면서 거기에서 작가가 추구한 과정 또는 관념을 찾아야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개념미술 [conceptual art, 槪念美術]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2024.4.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April. 2024,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