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 가는 길
정희라(미메시스아트뮤지엄 수석큐레이터)
실체를 알 길 없는 어떠한 것을 더듬더듬 찾아가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닮아 있다. -김선영
<사려공간>(2017, 아트센터화이트블럭) 전시 전경
( )로 가는 길은 김선영의 2016년 작품 제목이다. 여기서 ( )에 해당하는 단어는 북한이다. 파주에 위치한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을 하던 그때 들리던 북한의 대남 방송은 웅웅거리며 김선영의 시간을 여지없이 깨뜨리곤 했다. 그 소리는 그녀가 놓였던 그 상황에 끼어든 소음이자 어렴풋이 멀게 느끼던 대상이 내는 가까운 음이었다. 북한의 존재를 우리는 접하고 있지만, 그 실존을 우리의 감각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존재함을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실체를 겪어보지 않았던 대상을 알아가는 과정은 예기치 않게 작업의 내용이 되었다. 이미지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진짜를 더듬어 찾아다닌 길을 그린 ( )로 가는 길은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과도 같다.
김선영, ( )으로 가는 길, 종이에 채색, 33X27cm(182개), 2016
김선영, sync; 엇박의 캐스트 Offbeat sync, 장지에 아크릴, 과슈, 분채/ acrylic, gouache, Korean paint on Korean paper, 2022
김선영, 차원의 숲 dimensional forest, 장지에 아크릴, 과슈, 분채/ acrylic, gouache, Korean paint on Korean paper, 2022
이미지의 실체를 찾아가는 것과 감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은 회화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김선영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형태들은 서로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하게 맞물리지 않는다. 이 형태들은 각기 다른 상황과 시간 속에서 작가가 느낀 감각의 총체로 보인다. 캔버스 위에서 미묘하게 합일되지 않은 형체들은 김선영이 체험한 감각의 파편들로, 신체 감각이 외부 세계와 함께하지 못하고 단절되었음을, 온전한 형태가 아닌 분절된 모습으로 드러낸다. 분절된 형태는 화면 속에 스며들어 하나가 되기도 하고, 따로 떨어져 나와 겉돌기도 한다.
떨어져 나온 감각, 그래서 떨어져 나간 세계의 모양
김선영은 우리 주변부의 버려진 풍경에서 경계의 안과 밖을 포착해 그려낸다. 그 경계선을 희미하게 흐트러뜨리고 대립하는 존재들을 화해시키며 평화를 찾고자 한 작가는 사실은 이 행위가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닐지 의문을 품는다. 김선영의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의 작업은 개인에서 사회로 본인의 세계가 확장되어 가던 시기의 그림들이다. 작가가 만난 사회는 울타리라기보다 사건 덩어리의 세계였다. 사건의 장소를 뜨지 않고 바라보는 존재들, 가담하지 않고 그 주변부를 떠도는 마음들은 하나하나가 완벽한 세계였다. 버려진 장소와 소재에 스스로를 동일시하여 그려내던 방식은 바라보고 관찰하여 그리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나를 닮은 풍경>에서 <내가 바라보는 풍경>으로 바뀌어 갔다. 2017년 이후 김선영은 실체를 알지 못하고 막연하게 느끼는 어떠한 것들을 더듬어 실체를 찾아가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이는 머릿속에 이미지로 있던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며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진짜>인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다. 자신이 경험하고 체험한 것을 그려낸다는 의미에서 김선영의 작업은 추상적인 작업이 아닌 사실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보는 이들은 그의 작업이 사실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은유와 비유가 많은 문학에 가깝게 느끼는데, 그 이유는 작가가 몸으로 느껴 실제로 존재한다고 느끼는 감각이 보는 이들에게는 막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점 때문에, 작품명에서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과 이미지 속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형상들로 우리는 그림 속에 존재하는 사건들을 상상한다. 김선영의 그림 속에서 완벽한 하나의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겹치고 배경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듯한 형체들은 작가 본인의 몸이 감지하는 세계가 우리가 느끼는 세계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고, 미묘하게 다름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Cre8tive report>(2020, OCI미술관) 전시 전경/ <선잠과 un-cast>시리즈
김선영, 둘, 하나가 되는 조각 Two, becoming one. Piece, 장지에 아크릴, 과슈, 분채, 꼴라주/ acrylic, gouache, Korean paint, collage on Korean paper, 192×130cm, 2023
<MIMESIS AP 7: broken pieces 파편들>(2024,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전시 전경, 사진 임장활/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제공
<MIMESIS AP 7: broken pieces 파편들>(2024,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전시 전경, 사진 임장활/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제공
<MIMESIS AP 7: broken pieces 파편들>(2024,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전시 전경, 사진 임장활/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제공
2024.4.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April. 2024,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 )로 가는 길
정희라(미메시스아트뮤지엄 수석큐레이터)
실체를 알 길 없는 어떠한 것을 더듬더듬 찾아가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닮아 있다. -김선영
<사려공간>(2017, 아트센터화이트블럭) 전시 전경
( )로 가는 길은 김선영의 2016년 작품 제목이다. 여기서 ( )에 해당하는 단어는 북한이다. 파주에 위치한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을 하던 그때 들리던 북한의 대남 방송은 웅웅거리며 김선영의 시간을 여지없이 깨뜨리곤 했다. 그 소리는 그녀가 놓였던 그 상황에 끼어든 소음이자 어렴풋이 멀게 느끼던 대상이 내는 가까운 음이었다. 북한의 존재를 우리는 접하고 있지만, 그 실존을 우리의 감각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존재함을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실체를 겪어보지 않았던 대상을 알아가는 과정은 예기치 않게 작업의 내용이 되었다. 이미지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진짜를 더듬어 찾아다닌 길을 그린 ( )로 가는 길은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과도 같다.
김선영, ( )으로 가는 길, 종이에 채색, 33X27cm(182개), 2016
김선영, sync; 엇박의 캐스트 Offbeat sync, 장지에 아크릴, 과슈, 분채/ acrylic, gouache, Korean paint on Korean paper, 2022
김선영, 차원의 숲 dimensional forest, 장지에 아크릴, 과슈, 분채/ acrylic, gouache, Korean paint on Korean paper, 2022
이미지의 실체를 찾아가는 것과 감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은 회화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김선영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형태들은 서로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하게 맞물리지 않는다. 이 형태들은 각기 다른 상황과 시간 속에서 작가가 느낀 감각의 총체로 보인다. 캔버스 위에서 미묘하게 합일되지 않은 형체들은 김선영이 체험한 감각의 파편들로, 신체 감각이 외부 세계와 함께하지 못하고 단절되었음을, 온전한 형태가 아닌 분절된 모습으로 드러낸다. 분절된 형태는 화면 속에 스며들어 하나가 되기도 하고, 따로 떨어져 나와 겉돌기도 한다.
떨어져 나온 감각, 그래서 떨어져 나간 세계의 모양
김선영은 우리 주변부의 버려진 풍경에서 경계의 안과 밖을 포착해 그려낸다. 그 경계선을 희미하게 흐트러뜨리고 대립하는 존재들을 화해시키며 평화를 찾고자 한 작가는 사실은 이 행위가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닐지 의문을 품는다. 김선영의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의 작업은 개인에서 사회로 본인의 세계가 확장되어 가던 시기의 그림들이다. 작가가 만난 사회는 울타리라기보다 사건 덩어리의 세계였다. 사건의 장소를 뜨지 않고 바라보는 존재들, 가담하지 않고 그 주변부를 떠도는 마음들은 하나하나가 완벽한 세계였다. 버려진 장소와 소재에 스스로를 동일시하여 그려내던 방식은 바라보고 관찰하여 그리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나를 닮은 풍경>에서 <내가 바라보는 풍경>으로 바뀌어 갔다. 2017년 이후 김선영은 실체를 알지 못하고 막연하게 느끼는 어떠한 것들을 더듬어 실체를 찾아가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이는 머릿속에 이미지로 있던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며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진짜>인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다. 자신이 경험하고 체험한 것을 그려낸다는 의미에서 김선영의 작업은 추상적인 작업이 아닌 사실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보는 이들은 그의 작업이 사실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은유와 비유가 많은 문학에 가깝게 느끼는데, 그 이유는 작가가 몸으로 느껴 실제로 존재한다고 느끼는 감각이 보는 이들에게는 막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점 때문에, 작품명에서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과 이미지 속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형상들로 우리는 그림 속에 존재하는 사건들을 상상한다. 김선영의 그림 속에서 완벽한 하나의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겹치고 배경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듯한 형체들은 작가 본인의 몸이 감지하는 세계가 우리가 느끼는 세계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고, 미묘하게 다름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Cre8tive report>(2020, OCI미술관) 전시 전경/ <선잠과 un-cast>시리즈
김선영, 둘, 하나가 되는 조각 Two, becoming one. Piece, 장지에 아크릴, 과슈, 분채, 꼴라주/ acrylic, gouache, Korean paint, collage on Korean paper, 192×130cm, 2023
<MIMESIS AP 7: broken pieces 파편들>(2024,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전시 전경, 사진 임장활/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제공
<MIMESIS AP 7: broken pieces 파편들>(2024,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전시 전경, 사진 임장활/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제공
<MIMESIS AP 7: broken pieces 파편들>(2024,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전시 전경, 사진 임장활/미메시스아트뮤지엄 제공
2024.4.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April. 2024,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